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와 첫 인터뷰에서 설전을 벌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 임기가 '조 바이든 정권의 연장'이 아니라고 명확히 선을 긋는 한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불안정하다", "미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공세를 쏟아냈다.
해리스 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저녁 방영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대통령직은 바이든의 대통령 임기의 연장이 아니다"라며 "취임하는 모든 신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내 인생 경험, 직업적 경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올 것이다. 나는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을 대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는 불안정하고 위험한 사람"이라며 "미국을 분열시키고 미국인들이 서로를 손가락질하도록 만든 수사법에서 페이지를 넘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보수적, 친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와 공식 인터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11월 대선이 불과 3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이른바 '적진'으로 뛰어든 셈이다.
첫 질문은 이번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측이 해리스 부통령측의 약점으로 삼아 공세를 펼쳐온 '불법 이민' 이슈로 시작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에게 초당적 법안을 거부하게 했다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에서 아무것도 바꿀 것이 없다는 최근 발언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직 임기는 바이든 대통령과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도 차별화되는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이라고 규정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2인자인 자신이 집권할 경우 기존과 동일한 정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답으로 해석된다. 이어 중산층과 중소기업에 혜택을 줄 수 있도록 고안한 경제공약을 설명하며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내 경제공약이 미 경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는 억만장자의 세금을 낮출 것이다. 그의 공약은 경제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을 분열시키고 미국인들이 서로를 손가락질하도록 한 트럼프의 수사, 리더십에서 페이지를 넘길 것"이라며 "트럼프는 불안정하고 위험하다. 미국 국민들은 이에 지쳤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절반이 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고,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기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답했다. 이에 진행자인 브렛 바이어가 트럼프 지지자들이 '잘못 인도된(misguided)' 것인지, 어리석은(stupid) 것인지 묻자,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을 거부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반(反)트럼프 세력을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선거일 군 투입 가능성까지 언급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근 인터뷰도 재차 비판했다. 그는 "민주주의에서 미국의 대통령은 기꺼이 비판을 수용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바로 전 합참의장과 같은 사람들이 트럼프가 미국의 위협이라고 말한 이유다. 그(트럼프)는 불안정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 헌법을 위반했고, 또 위반할 수 있다며 "당신의 정당이 무엇이든, 지난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든, 이번 캠페인에 당신을 위한 자리가 있다"고 지지를 촉구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친 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 간 인터뷰는 초반부터 기 싸움이 확인됐다. 불법이민과 관련한 질답이 오가는 과정에서 진행자인 바이어가 계속 말을 끊고 끼어들자 해리스 부통령은 "답변 중이다. 마무리하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의 중이던 내용과 전혀 관련 없는 영상이 재생되기도 했다. 또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불안정하다"고 말하자, 바이어는 고령논란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했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정신적 능력이 저하된 것을 처음 느낀 것은 언제였나'고 방향을 몰고 갔다. 인터뷰 말미 해리스 부통령이 이란과 이스라엘에 대해 답변을 할 때 화면에는 '이란 석유 수입' 그래픽이 뜨기도 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답변을 멈추고 "사실에 근거한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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