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과 방송, 영상 제작 및 IT 등을 포괄하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취업자가 늘어났음에도 고용보험 가입자는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점차 커진 것과 달리 가입자 수는 하반기로 오면서 점점 감소해 격차는 더욱 커졌다. 프리랜서와 1인 자영업자 증가 등 업계 특성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정보통신 취업자 수는 114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만5000명(10.1%) 증가했다. 이는 2022년 2월(12만8000명)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난 수치다. 증가율 역시 이달 취업자 수가 늘어난 업종 중에 가장 높았다.
정보통신업 취업자는 최근 몇 년간 증가 추세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증가율이 5.8%로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편에 속했다. 올해도 매월 4~9%대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 5월(4.5%)과 6월(7.2%), 7월(7.8%), 8월(9.7%)에 이어 지난달까지 상승 폭을 키웠다.
반면 정보통신 분야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올해 들어 감소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79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4000명(1.8%) 줄었다. 지난해 초 6%대 증가율을 기록한 뒤 계속 감소하다가 지난 3월(-0.3%)부터는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낙폭도 커지는 모습이다.
취업자 수가 늘수록 고용보험 가입자 수도 늘어야 하지만 반비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고용부와 통계청 간 집계·분류 방식 등에서 일부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두 지표상 차이가 점차 벌어지는 것을 두고 이렇다 할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고용부 등 관련 부처가 배경을 살피고 있는 이유다.
취업자 수와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엇박자인 데에는 여러 가능성이 지목된다. 그중 하나는 정보통신 업계의 특성이다. IT와 방송 등 분야는 프리랜서처럼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근로자가 적지 않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을 수 있다. 디지털화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 제작자와 유튜버 등 고용원을 두지 않는 새 유형의 1인 사업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일 수도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피고용인으로서 4대 보험 혜택을 받는 사람이 고용보험 가입자 수에 들어가 있는 것"이라며 "고용원을 두지 않는 자영업자, 프리랜서까지 포함한 수치가 취업자 수에 잡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최저임금이 오른 데다 4대 보험 관련 부담이 늘다 보니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적지 않다"며 "이 같은 추세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한 일자리를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로 볼 수 있는 만큼 이번 수치 변화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내부에선 "취업자 수가 증가하니 다행이긴 하지만 우려할 부분이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사회 보장성 강화를 위해 4대 보험을 개선하는가 하면, 건설업 등 취약 일자리 지원을 위해 고용보험 가입률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한편 고용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9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29세 이하 청년층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235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만3000명(4.6%) 감소했다. 청년층 인구가 줄어든 데다 정보통신업(2만3000명)에서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줄면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감소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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