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반도체특별법 왜 발의 안하나…기재부와 '직접 보조금' 이견

고동진 "경쟁국 300km로 달리는데, 우린 정속 주행"
한동훈 "반도체 기업 보조금, 법안에 반드시 포함해야"
기재부, 대기업 직접 지원 국민 정서에 맞지 않아 부담

국민의힘이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반도체 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겠다고 공언한 지 2개월이 넘었다. 하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대기업에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아직도 당정 간 조율을 마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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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직접 보조금은 기업에 그냥 돈을 주는 걸로 보일 수 있지만, 정부가 세수를 통해 기업의 '엔젤투자자'가 돼주는 것"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실행하는 초과이익공유제까지 산업통상자원부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는데, 아직도 기획재정부가 안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정부가 기업에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는 경우 그로 인한 기업의 초과 이익을 환수해 재투자를 유도하는 것을 뜻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8월 고 의원과 박수영·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을 함께 수정·검토해 당론으로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정부 측과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고, 발의 직전까지 갔으나 보조금 직접 지원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여권에 따르면 기재부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원에 대해선 호의적인 입장이었다고 한다. 다만, 기재부는 대기업에도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건 국민 정서상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도체 특별법에 직접 보조금 규정을 명시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지난 16일 8조8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당은 기재부의 계획이 금융 지원과 세제 지원에 머물러 있어 반도체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는 경쟁국들과 비교하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또 중소기업의 경우 담보가 없으면 대출이 어렵다는 것을 애로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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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022년 반도체법을 제정해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설비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으로 총 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으로 총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71조4000억원)를 지원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반도체법에 따라 '폴라 반도체'에 1억2300만달러(약 1636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첫 번째 보조금 지원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15일(현지 시각)엔 미국 반도체 기업 울프스피드에 7억5000만달러(약 1조원)의 보조금 지급 방안도 확정했다.

일본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반도체 제조업체인 대만 TSMC에 약 10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두 개의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면서다. 고 의원은 "미국·일본·중국은 200~300km로 달려가는데, 우리는 시내 정속 주행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의원 역시 이날 통화에서 "기재부가 재원 문제로 고민하는 것 같다"며 "협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당장은 8조8000억원의 정부 지원 방안대로 추진하되, 특별법에 직접 보조금 지원 근거라도 담자는 입장이다. 지원 근거를 담아놓는다면 재원이 마련된 뒤 부담이 적은 중소·중견기업부터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경우 우선순위를 뒤에 두는 방식으로 지원하면 국민 정서를 자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런 제안에도 기재부 등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정부 설득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속도감 있게 특별법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그동안 여러 차례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직접 지원을 반드시 법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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