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7% 육박…금리인하에도 한숨쉬는 차주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전환을 의미하는 '피벗'이 현실화했지만, 오히려 차주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에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에 육박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업권에선 최소 연말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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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63~6.73%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5일 발표된 9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가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변동형 기준 7%에 육박하게 됐다.


벌써 금리 상단이 7%의 벽을 뚫은 곳도 있다. 카카오뱅크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6개월물 변동형 상품 금리가 연 4.49~7.28%로 상단이 7%를 넘어섰다. 5년물 혼합(고정)형 상품 금리도 4.16~6.43%로 상단이 6%대 중반에 육박했다. 대출금리 상단이 7~8%에 육박하던 금리 인상기의 추이가 금리 인하기에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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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벗에도 이런 역전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일차적 원인으론 금리 인하의 '속도'가 꼽힌다. 한은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단행하긴 했지만, 추가 인하시점은 내년 1~2월께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기도 하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이 향후 3개월간 금리를 현재 수준인 3.25%로 유지해야 한단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한은에 앞서 피벗을 선택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속도 조절을 예상하고 있다. 금리 인하 이후에도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 경제(Goldilocks economy·높은 경제성장에도 물가상승 우려가 없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란 말이 나올 정도로 견고한 상태인 만큼 연내 추가 금리 인하 폭도 그만큼 낮아질 수 있단 의미다.


이 영향으로 지난달 13일 3.145%로 근 2년 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렸던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2~3.3% 수준을 횡보하다 지난 15일 3.268%를 나타내기도 했다. 예상보다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 해온 시장금리도 제자리를 찾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당국과 은행권이 빠르게 불어난 가계부채를 잠재우기 위해 대출 규제에 나서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분류된다. 은행권은 앞서 금리 인하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와중에서도 업권 합산 30여회가 넘는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수요 차단에 나선 바 있다. 은행권이 각기 연초에 제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 준수에 나선 것이다. 이 영향으로 이달 상순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감소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업권에선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자칫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경우 거듭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날 수 있고, 금리 인하의 기울기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금리도 횡보할 가능성이 높단 이유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출한도가 중요한 차주들은 7~8월에 몰린 감이 있고, 이후 각종 제한·인상으로 잠잠해진 것은 사실이나 완전히 (대출수요가) 사그라들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현재 주택담보대출 차주 다수가 선택하는 고정금리의 준거 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도 당분간 횡보할 가능성이 높아 최소 연말까지는 이런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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