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노보노디스크는 정말 '비만 치료'의 기적을 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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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규상 일반 언론에 위고비에 대한 정보 제공은 불가합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위고비'를 치면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기적의 비만 치료제'로 불리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약이지만 정작 제조사인 노보노디스크는 출시가 임박한 후로는 언론에 정보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출시 전 샤샤 세미엔추크 노보노디스크제약 대표가 직접 언론 간담회에 나서 "한국은 위고비 출시 우선순위 국가"라고 강조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전문의약품'이어서 '광고'로 보일 수 있는 정보는 의약 전문매체가 아닌 일반 언론에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노보노디스크의 이 같은 행태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환자들은 얼마든지 인터넷으로 약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된 지 오래다. 전문 매체들 역시 이미 제약사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기반한 기사를 포털 사이트를 통해 배포하고 있다. 일반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위고비 출시 심포지엄 내용도 검색만 하면 관련 내용이 모두 나온다.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마저 "객관적이고 입증 가능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업의 정상적 활동으로 판단되는 보도자료 배포만으로는 의약품 광고로 보고 있지 않다"고 설명하지만 노보노디스크의 태도엔 변화가 없다.


물론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운 만큼 조심스러울 수도 있다. 노보노디스크도 제한적 정보 제공의 이유 중 하나로 '처방 대상인 비만이나 만성질환이 있는 과체중 환자가 아닌 이들의 지나친 관심'을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위고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다. '다이어트 약'으로의 오남용 가능성, 금지된 온라인 불법판매 등의 문제가 이미 불거졌고 식약처가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한국 출시 행사장에 위고비 모형이 놓여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한국 출시 행사장에 위고비 모형이 놓여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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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선 제대로 된 제조사라면 올바른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순리다. 하지만 오히려 방치에 나서는 노보노디스크의 모습을 보면 다이어트 약으로 쓰이더라도 잘 팔리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단순 비만만으로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는 환자는 10명 중 채 1명이 안 된다. 하지만 앞서 정상체중임에도 삭센다를 처방받았던 이들이 수두룩했던 것 같은 상황이 재발한다면 위고비 시장은 한없이 커질 수 있게 된다.

위고비가 '기적'이라는 이름을 얻은 건 비만을 단순한 체중만 놓고 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 치매 등 다양한 병을 고치는 사회 변화의 시발점이 됐기 때문이다. 정말 환자를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정보 제공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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