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인물]과방위는 파행·한화오션은 사과문…국감장 온 '하니'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걸그룹 뉴진스 하니가 출석하면서 타상임위가 파행되고, 같은 날 출석한 한 기업체의 대표이사는 사과문을 올리는 등의 진풍경이 벌어졌다. 인기 걸그룹 멤버의 이례적인 국감장 출석을 계기로 연예인·특수고용노동자 등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탄력이 붙기를 기대했지만, 이날 국감장은 '연예인 하니'의 등장에 보다 초점이 맞춰지는 모습이었다.


뉴진스 하니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뉴진스 하니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

하니는 이날 소속사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을 증언하기 위해 국감장에 나왔다. 하니는 지난달 11일 뉴진스 멤버들과 함께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하이브 산하 다른 그룹의 매니저로부터 "못 본 척 무시해"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회 환노위는 하니를 이번 국감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하니는 "왜 이 일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고, 애초에 일하는 환경에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해가 안 갔다"며 "이 문제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늘 여기에서 나오지 않으면, 조용히 넘어가고, 또 묻히리라는 것을 아니까 (국감에)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배든, 후배든, 동기들이든 지금 계신 연습생들도 이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하니의 국감 출석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환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보다는 국감장에 온 '아이돌' 하니에 시선이 집중되는 모습이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이에 따른 잡음이 가장 먼저 나온 곳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대상 국감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국회로 입장하는 하니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기 위해 입구서 쪼그려 앉아 촬영하고 따로 만나고 오기까지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과방위 국감에서 이를 질타했다. 여당은 '최 위원장이 국감 진행 도중에 회의장을 비우고 하니를 만나고 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최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은 이를 부인, 이후 여야간 공방이 거세지면서 급기야 국감은 파행됐다.

속개된 회의에서 최 위원장은 "문제의 참고인(하니)이 환노위에 출석한 상황은 오후 2시 32분이고, 내가 과방위 회의장을 나간 것은 오후 2시 41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은 "증언하러 온 사람 만나는 게 잘한 건가"라고 항의했고, 앞서 최 위원장에게 관련된 질문을 던진 박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에 "본질은 국회에 '직장 내 갑질'을 고발하러 온 뉴진스 멤버를 최 위원장이 특권을 이용해 상임위 대기실로 가서 별도로 만났다는 점"이라며 "하니는 증언 전후 눈물까지 흘렸다는데 최 위원장은 국회의원의 특권을 이용해 사생팬으로 팬심을 채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노위에서는 근로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국감장에 온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이 하니와 웃으며 '셀카'를 찍어 비판을 받았다.


정 사장은 한화오션에서 올 들어 5명의 원·하청 노동자가 숨진 사안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화오션에서는 지난 1월, 가스폭발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졌고 협력업체 소속 잠수부 1명도 작업 도중 사망했다. 8월에는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사망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일어났으며 지난달 9일에는 야간작업 중인 직원이 약 30m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이 같은 중대재해와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상황에서 정 사장의 처신이 올바르지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의원들은 "회사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셀카를 찍느냐, 웃음이 나오나""좋은 일로 오신 게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결국 한화오션은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사업장의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한 상황에서 당사 임원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다"면서 "의원들 지적과 질책을 달게 받고 반성과 사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국정감사에서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국회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렸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사업장의 위험 요소가 제로가 되는 무재해 사업장이 될 때까지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고 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