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생활 논란'으로 그룹 라이즈 멤버 승한이 자진 탈퇴 결정을 내린 지 수일 만에, 논란의 불씨가 해외로 번지는 모양새다. 승한의 탈퇴 과정을 '아티스트에 대한 집단 괴롭힘'으로 해석한 해외 K-팝 굿즈 유통업체 일부가 '굿즈 수입 중단'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K-팝의 전반적인 국제 이미지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본사를 둔 K-팝 굿즈 전문 유통업체 '이브 핑크(Eve Pink)'는 16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명을 내고 "라이즈 관련 굿즈의 재입고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 이미 주문돼 판매하기 시작한 물품에 대해선 "이번 결정과 상관없이 계속 주문을 받을 예정이며, 이미 주문이 이뤄진 앨범이나 굿즈를 취소, 환불할 권리는 우리에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브 핑크가 이런 조처를 내린 이유는 라이즈 멤버 승한의 탈퇴 결정 때문이다. 이 업체는 "우리는 아티스트가 존중받고 지지받는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괴롭힘(bullying)이나 악의적 행동(toxic behavior)은 받아들일 수도 없고,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논란을 업체에 전달해 준 일부 국제 라이즈 팬들을 향해서도 감사를 전하며 "우리는 당신들(팬)이 지지하는 아티스트들이 존중과 지지를 받길 희망한다"라고도 했다.
실제 여러 K-팝 굿즈 유통업체들이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의 대형 K-팝 굿즈 수입 기업인 '서울 스탑(Seoul stop)'도 라이즈 굿즈는 재입고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만일 이런 행보가 더욱 확산하면 그룹의 2차 지식재산권(IP) 수입에도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
앞서 라이즈 멤버였던 승한은 지난 13일 자진 탈퇴 의사를 밝혔다. 승한은 SM엔터테인먼트 루키즈 출신으로, 지난해 9월 라이즈에 데뷔했으나 연습생 시절 사적으로 촬영한 사진 및 영상 등이 온라인상에 유출되며 물의를 빚었다. 결국 그는 같은 해 11월 팀 활동 무기한 중단을 결정하고, 자숙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승한은 지난 11일 기획사인 '위저드 프로덕션'을 통해 복귀 예정임을 밝혔다. 그러나 팬들의 반발은 극심했다. SM 사옥에 항의성 '근조 화환'을 대량 배송해 진열하는 진풍경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복귀 소식을 알린 지 단 이틀 만인 지난 13일, 승한은 탈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일부 해외 K-팝 팬들에게 '아티스트에 대한 집단 괴롭힘'으로 비친 모양새다. 실제 K-팝 산업 내 괴롭힘 문제는 각종 해외 매체를 통해 자주 조명된 바 있다. 일부 팬들은 "이번 일로 K-팝이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 "여파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아이돌 가수를 향한 괴롭힘 문제가 화두로 오른 바 있다. 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는 본사 '하이브'를 둘러싸고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입장을 밝히기 위해,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 감사에 증인 자격으로 참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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