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석유시설이 아닌 군사시설에 국한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15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4%대 폭락했다. 이란발 석유공급 감소 우려가 줄어들면서 유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이날 근월물인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3.25달러(4.4%) 하락한 배럴당 70.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종가 역시 배럴당 74.25달러로 전장 대비 3.21달러(4.14%) 급락했다. 국제유가는 전날 2%대 떨어진 데 이어 이날 4%대로 낙폭을 키우며 연이틀 하락세를 이어갔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란의 핵이나 석유 관련 시설을 타격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사실을 전한 미 정부 당국자는 미 대선에 대한 정치적 간섭이라는 인식을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보복 조치가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NBC뉴스 역시 이날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 3명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보복 조치가 군사적 목표물에만 국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소식은 즉각 유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 그간 국제유가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는 우려로 가파르게 뛰었었다. WTI와 브렌트 선물 가격은 이달 한때 각각 배럴당 78달러와 81달러를 넘기도 했다. 프라이스퓨처그룹의 필 플린 선임 애널리스트는 "축적돼 왔던 전쟁 관련 위험 프리미엄이 되돌려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RBC캐피털마케츠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 전략 총괄은 CNBC에 출연해 "지정학적 위험이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시설을 타격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재보복으로 이어지며 재차 긴장감이 고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실망감, 향후 석유 수요 둔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등도 연이틀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석유 수요가 올해 하루 평균 90만배럴, 내년에는 하루 평균 100만배럴 증가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평균치인 200만배럴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 역시 올해 수요 증가 전망치를 기존 하루 200만배럴에서 190만배럴로 낮췄다. 3개월 연속 하향 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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