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1위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말 기준 여성 임원 비율이다. 등기·비등기 임원을 합쳐 총 36명의 임원 중 8명의 여성이 포진해있다.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 5%를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갓 마흔을 넘긴 1982년생 여성인 홍연진 상무를 신규 임원으로 발탁하면서 성별·나이·연차에 구애받지 않는 "성과를 창출하고 잠재력을 갖춘 젊은 인재를 과감히 발탁·육성한다"는 인사 기조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앞서 2022년에도 같은 나이의 김희정 상무가 상무 승진에 성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6일 아시아경제가 집계한 '2024 100대 기업 양성평등 종합점수'에서 종합 8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선정한 100대 기업 목록에 제약·바이오 기업 중 유일하게 오른 데 더해 톱10 진입까지 성공하며 '업계 1위'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남성 대비 여성의 비중을 점수로 환산한 주요 평가항목 중 정규직 수(4.75점), 근속연수(9.5점), 연봉(10점), 사내이사(0점), 사외이사(5점), 가족친화인증(1점) 등을 합쳐 총점 30.25점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 급여 부문이다. 남성 직원 평균 연봉 대비 여성 직원 평균 연봉 비율에 근거한 점수로 20점 만점에 10점을 받았다. 반타작 점수지만 100개 기업 중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건 단 4곳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별 간 임금 격차는 89.4% 수준이다. 이 격차도 빠르게 줄고 있다.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남직원은 평균 8300만원, 여직원은 6600만원의 급여를 받아 79.5%의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는 남직원 1억400만원, 여직원 9300만원으로 여성의 평균 임금 상승 폭이 40.9%로 남성의 25.3%를 훨씬 상회했다.
인적 구성면에서 전체 여성 임직원 비율이 41.5%에 이르고, 관리직의 여성 비중도 중간관리직 27.3%, 하급 관리직 37.5%로 여성 관리자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회사 사업 중 위탁생산(CMO)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일종의 '바이오 제조업' 기업으로 볼 수 있어 여성 인력 비중 자체가 적은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면 상당한 여성 비중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 총 직원 4425명 중 생산직인 공정직은 2263명으로 절반을 넘는데 이 직무 직원의 남녀 비율은 1487명 대 776명으로 남성이 두 배에 달한다. 하지만 연구·지원직에서는 비율이 거의 동수에 이르렀고, 공정직 내 여직원 비중도 2019년 30.0%에서 지난해 34.3%로 지속해서 증가하는 등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는 모습이다.
김유니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아시아경제 여성리더스포럼'에서 '여성리더십 세션:여성사외이사제'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김 이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창사 이래 유일한 여성 등기이사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특히 지난해 신규 증가 인력 중 54%가 여성이 채용되는 등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 신경 쓰면서 여성 임직원의 비율은 2021년 39.5%에서 2022년 41.3%를 거쳐 지난해 41.5%로 상승세다. 회사 내에서의 여성 인재 성장을 위해서도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사내 여성 동호회 '바이오 위민스 클럽'을 운영하는 한편 여성 리더십 전문 외부 강사를 초빙해 임직원 특강을 하고, 주니어·시니어 임직원 간의 멘토링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인 3월8일을 맞아서도 매년 여성 임직원·과학자 등의 목소리를 듣는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 측은 "여성 친화적인 기업 문화를 조성해 나아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여성 임원 및 부서장의 비율을 높이는 등 여성 리더십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고경영진이라 할 수 있는 사내이사에는 여성이 한 명도 없어 이 항목에서는 0점의 성적표를 받았다.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창립 이래 사내 이사진에 여성이 진입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현재도 존 림 대표를 비롯해 노균·김동중 부사장까지 사내이사 3명 모두 남성으로 구성됐다. 사외이사까지 포괄하더라도 여성 등기이사는 2020년 사외이사로 선임돼 활동 중인 김유니스경희 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처음이자 유일하다. 2020년 자본시장법이 바뀌면서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회 등기임원을 단일 성별로만 구성할 수 없도록 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 이사는 지난해 '2023 아시아경제 여성리더스포럼'에서 이와 관련해 "처벌 조항이 없는데도 많은 상장법인이 여성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새로운 기준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다수의 유럽 국가는 엄격한 할당제를 채택하고, 이들 국가는 여성 이사 비율이 30%를 훨씬 넘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입사 후 생활 면에서도 다양한 가족 친화 프로그램, 가족복지 제도를 운용하며 여성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난임 직원을 위해서는 연간 5일의 휴가, 각 최대 3개월씩 4차에 걸쳐 최대 1년의 휴직, 연간 100만원 한도의 난임 시술비 등 다양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이 외에도 임신기·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모성보호실 등 편의 공간 조성 등 여성 임직원들의 마음 편한 출산·육아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펼쳐오고 있다.
최대 2년을 쓸 수 있는 육아휴직 사용자도 매년 증가해 지난해 여직원 59명, 남직원 30명이 휴직에 들어갔다. 지난해 출산휴가를 사용한 여직원이 66명이었음을 고려하면 출산 여직원 중 상당수가 육아휴직도 사용하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또한 2021~2022년에는 육아휴직을 마친 여직원 전원이 회사로 복귀했고, 97%는 복귀 후에도 1년 이상 회사에 다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같은 노력과 성과를 토대로 여성가족부에서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에 부여하는 가족 친화 우수기업으로도 9년 연속 인정받아오고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