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배우 이순재(90)가 건강 문제로 자신이 주연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공연을 취소했다. 13일 제작사 파크컴퍼피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이순재의 건강상 이유로 공연을 취소한다고 전했다. 제작사 측은 "현재 체력 저하로 휴식이 더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부득이하게 공연 취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찍이 공연을 예매하시고 공연 볼 날을 기다려주신 관객 여러분께 실망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반드시 다시 무대에 올라 보답할 수 있도록 회복에 집중하시겠다는 선생님(이순재) 말씀을 대신 전한다"고 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사뮈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한 희극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속 주인공의 대역 배우들이 무대 뒤 분장실에서 자기 차례를 한없이 기다리면서 마주하는 삶의 질문들을 담은 극이다. 극에서 이순재는 곽동연, 카이, 박정복, 최민호, 정재원, 박수연 등 젊은 배우들이 주축인 이 작품에서 주인공 에스터 역을 맡아 극을 이끌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이순재는 건강 문제로 연극과 마스터클래스(대가들의 공개 강좌) '70년 연기 철학' 강연을 잇달아 취소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 출생인 이순재는 서울대 철학과에 재학 중이던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데뷔 69년차인 그는 구순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그는 지난 7월 방송된 채널A '4인용 식탁'에서 지난 한해동안 네 작품을 하면서 체중이 10kg이나 빠져 목욕탕에서 쓰러졌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침을 맞아가면서 모든 일정을 소화해냈다. 쓰러지지 않고 잘 버텼는데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다음 날 목욕탕에서 쓰러졌다"며, "그 순간 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 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머리는 괜찮다고 하더라"고 돌아봤다. 그로부터 한달도 되지않아 드라마를 찍었고, 결국 눈이 나빠져 백내장 수술까지 했지만 수술후 시력 회복이 덜 된 상황에서도 제작사 사정을 고려해 촬영을 마무리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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