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노래 부르려고 배운 한국어로 공무원 됐죠"[한국어 시대④]

세종학당 우수 학생 사샤 샤이파니
한국어 공부에 열 올려 취업난 극복
"부산시청 직원들과 소통하며 업무 처리"
"'한국으로 가는 관문' 같은 존재 되고파"

사샤 샤이파니는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시청 공무원이다. 국제협력팀에서 자매도시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맡은 도시는 부산과 영국 리버풀, 미국 시애틀. 업무협약을 진행하고, 국제 방문이 있으면 한국어나 영어를 인도네시아어로 통역한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시청에서 근무하는 사샤 샤이파니[사진=세종학당 재단 제공]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시청에서 근무하는 사샤 샤이파니[사진=세종학당 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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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학생이던 2011년 같은 반 친구에게 한글 읽는 법을 처음 배웠다. 당시 한글을 배우는 게 유행이었다. 즐겨듣던 K-팝을 잘 따라부르고도 싶었다. "그룹 빅뱅을 좋아해 K-팝을 즐기기 시작했다. 함께 듣던 친구가 한국어에 능숙했다. 하루는 어떻게 읽고 쓰는지 알려주더라. 놀랍게도 하루 만에 한국어를 읽고 쓸 수 있었다. 그게 친구 이름이었다."

샤이파니는 아이르랑가대학교에 진학해서도 한국어를 잊지 않았다.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면서 독학으로 한국어를 익혔다. "인도네시아 국제관계학과에는 영어 외에 외국어 하나를 더 배워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당시엔 대다수가 프랑스어나 중국어를 배웠다. 저도 처음에는 중국어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글자를 외우기가 어려워 흥미가 생기지 않더라. 자연스레 한국어에 눈길이 갔다. K-팝을 듣고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재미있게 배웠다."


사샤 샤이파니는 틈나는 대로 수라바야 시민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사진=세종학당 재단 제공]

사샤 샤이파니는 틈나는 대로 수라바야 시민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사진=세종학당 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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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이르랑가대학교를 졸업한 2020년부터 한국어 공부에 열을 올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난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마땅한 학원을 물색했고, 친구의 추천으로 세종학당에 등록했다.


"독학했을 때는 어떤 부분이 틀렸는지 알 수 없어 문법에 오류가 많았다. 한국어로 대화할 사람이 없어 말하기를 연습하기도 어려웠고. 세종학당을 다니면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정확히 집어내 고쳐주셨다. 가장 향상된 건 말하기였다. 친구들과 한국어 대화를 계속 시도하다 보니 자연스레 실력이 늘더라. 언젠가부터 한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일취월장한 한국어 실력은 취업 기회로 직결됐다. 샤이파니는 수라바야 시청이 운영하는 '언어의 집(Rumah Bahasa)' 교원 모집에 합격했다. 그는 세종학당 선생님들을 떠올리며 시민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관련한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관리했다. 때때로 관광객들에게 통역 서비스도 제공했다.


사샤 샤이파니는 수라바야 시청을 찾는 자매도시 관계자들의 통역 업무도 담당한다.[사진=세종학당 재단 제공]

사샤 샤이파니는 수라바야 시청을 찾는 자매도시 관계자들의 통역 업무도 담당한다.[사진=세종학당 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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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중한 한국어 실력에 더해진 다양한 경험은 수라바야 시청에서 일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022년 국제협력팀에 계약직으로 합류했고, 1년여 만에 시험을 통과해 정식 공무원이 됐다. "채용 당시 상사들이 제 한국어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자매도시 부산과 관련한 업무를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고 하더라. 실제로 부산시청 직원들과 한국어로 소통하며 원활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샤이파니는 자신과 같은 사례가 많아지길 바란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수라바야 시민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 무보수지만 남모를 보람을 느낀단다. "한국에서 일하거나 공부하기를 원하는 시민들에게 '한국으로 가는 관문'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한국어로 꿈을 이루는 길을 열어보겠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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