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넘게 살아야 만기 출소…70·80대 고령자에 잇단 중형 선고

아내 외도 의심해 살해한 70대 징역 37년
80대 남성은 징역 20년 선고 받아

전처와 배우자를 무참히 살해한 70·80대 고령 남성 피고인들이 잇따라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100살 이상을 살아야 만기 출소하게 된다.


11일 연합뉴스는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김정아 부장판사)가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75)에게 치료감호와 함께 징역 37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지난 3월17일 오전 10시50분쯤 경기 김포시 운양동 아파트에서 전처인 60대 B씨를 흉기로 10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다음 날 오전 7시20분쯤 같은 아파트 1층 경비실에서 경비원 C씨(68)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100살 넘게 살아야 만기 출소…70·80대 고령자에 잇단 중형 선고 원본보기 아이콘

A씨는 B씨와 과거에 이혼하고도 오랫동안 동거해 왔는데, 그는 평소 전처 B씨가 다른 남자와 외도하고 자신을 집에서 쫓아내려 한다고 의심했다. A씨는 아파트 인근에서 B씨가 경비원 C씨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불륜 관계라고 생각해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른 범행으로) 출소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배우자를 흉기로 찔러 참혹하게 살해했다"면서 "근거 없는 추측과 망상으로 경비원들을 배우자의 외도 상대방으로 의심해 수첩에 이름을 적어두고 이들 중 1명을 살해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피고인은 범행 책임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면서 정당성을 내세우는 등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경비원인 피해자는 범행 피해로 직장도 그만둔 채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나 피고인은 피해 복구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으며, 피해자는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고 자녀들에게 씻을 수 없는 충격을 줬다"며 "피고인은 고령이지만 장기간 수감 생활을 통해 잘못을 참회하게 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가 자신의 형기를 모두 채우면 112세가 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일 결심 공판에서 "피해가 중대한데도 반성하지 않고 있고 피해도 회복되지 않았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같은 날 대구지법 형사12부(어재원 부장판사)는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고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80대 남성 D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D씨는 지난 7월15일 오전 대구 북구 한 아파트에서 70대 아내 E씨가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고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다투던 중 둔기로 E씨 머리를 때리고 흉기를 이용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D씨는 평소에도 수시로 아내에게 폭력을 일삼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수법 등이 매우 잔혹하고 배우자를 살해한 반인륜적 범죄로서 죄질이 나빠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한편 지난 7월에는 20년을 함께 산 사실혼 배우자를 살해한 80대 치매 노인이 중형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


지난 7월 26일 광주지법 형사12부(박재성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F씨(85)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F씨는 지난 2월6일 광주 남구 방림동 자택에서 사실혼 배우자를 둔기로 여러 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치매를 앓고 있는 F씨는 20년을 함께 살아온 배우자와 말다툼 하던 중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오랜 세월을 함께한 피해자를 살해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러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치매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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