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노벨상 선정기관 ‘한림원’일까 '학술원'일까…이름의 유래는?

한림원(翰林院)는 중국 당나라 학술기관
아카데미가 우리말로 한림원은 아니지만
맥락상 교체 가능하면 한림원 쓸 수 있어

소설가 한강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10일(한국시간) 선정됐다.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에 이어 24년 만에 나온 두 번째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다.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


국내 언론은 보통 노벨문학상 선정 기관을 스웨덴 '한림원'(Swedish Academy)이라고 보도한다. 또 물리학·화학·경제학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곳은 스웨덴 왕립과학'한림원'(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이라고 부른다. 한림원의 영어 표현은 아카데미(Academy)다. 왜 스웨덴 '아카데미'는 '한림원'이라고 불리게 된 걸까.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한 뉴스프로그램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알리고 있다. [사진출처=AP연합뉴스]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한 뉴스프로그램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알리고 있다. [사진출처=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사실 아카데미를 한림원으로 부른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우선 국립 국어원은 공식적으로 '아카데미'를 우리말로 '한림원'이라고 다듬지 않았다. 다만 '뮤직 아카데미(Music Academy)'를 '음악원, 음악 기관, 음악 단체, 음악 학원'으로 순화한 적이 있다고 국립국어원은 밝혔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 그 유래를 추정해볼 수 있다. '한림원(翰林院)'이 국가 학술기관의 이름으로 쓰인 건 8세기 중국 당나라 때였다. 당나라 현종은 왕립학술기관으로 한림원을 설치했다. 한림의 뜻은 붓(翰)이 모인 숲(林)이고, 원은 관청(院)이다.


한림원은 국가 문서를 생산·관리하고, 유교 경전을 연구하며, 황제의 자문에 응하는 등의 기능을 했다. 이후 한림원은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청나라 대까지 계승됐다. 한국사에서는 같은 이름의 국가 학술기관이 고려 때 있었다. 신라에는 당나라를 모방한 한림(翰林)이 존재했다. 이처럼 한림원은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의 국가 학술기관의 대표적인 명칭이다.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각 국가는 절대왕정 시절에 최고의 학자를 선발·지원할 목적으로 학술기관을 세웠다. 이것을 보통 영어로 로열 아카데미(Royal Academy)라고 불렀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음악대학인 영국의 왕립음악원(Royal Academy of Music)이 있다. 따라서 서양 여러 나라에서 학문·예술에 관여한 아카데미는 '한림원, 학술원, 학사원' 따위를 이르므로, 한림원으로 교체 가능한 맥락이라면 한림원을 쓸 수 있다고 국어국립원은 설명한다.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현장에 진열된 한강 작가의 작품들 [사진출처=AFP연합뉴스]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현장에 진열된 한강 작가의 작품들 [사진출처=AF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인터넷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스웨덴 한림원과 왕립과학한림원은 한림원보다 '학술원'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와 같은 주장이 나오는데, 의미 없는 소리다. 결국 붙이기 나름이다. 실제로 1954년 개원한 대한민국학술원은 영어로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인 반면, 1994년 설립된 과학 기술단체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KAST)은 'Korean Academy of Science and Technology'다. KAST는 기관 이름의 유래를 두고 "한림원은 아카데미의 한글 표현이다"고 하지만, 엄연히 보면 옳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다만 KAST에 따르면, 기관 설립 당시 고려 시대 왕립 학문연구소인 한림원이 외국의 과학 아카데미(Academy of Science)와 유사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하고 기관의 이름에 '한림원'을 붙였다고 한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