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를 통해 멕시코에서 생산된 중국 자동차가 기존의 고율 관세장벽을 우회해 미국에 들어오는 일이 없게끔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진행된 디트로이트 경제클럽 연설을 통해 "취임과 동시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USMCA의 6년 차 재협상 조항을 발동하겠다고 통보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미국으로 판매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100%, 200%, 1000% 등 필요한 관세를 얼마든지 부과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USMCA에서는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멕시코 생산 차량 수입 시 관세를 부과하지 않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앞서 비야디(BYD) 등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멕시코에 제조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 안팎에서는 멕시코를 ‘관세 피난처’로 삼은 저가 중국차가 미국에 대규모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었다. 미 의회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중국 자동차 업체가 생산한 자동차라면 제조지역과 관계없이 125%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중국 자동차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내가 첫 임기 때 했던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중국과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자율주행차를 금지하겠다"고 했다. 이는 경제 안보의 문제이자, 국가 안보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감세 공약의 일환으로 자동차 대출에 대한 이자를 전액 공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해 미국 가정의 자동차 구입 비용이 폭등했다고 언급하면서 "(자동차 대출 이자 공제 시) 수백만 미국 가정이 자동차를 획기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소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동차 생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과 달리, 이러한 효과가 제한적이며 ‘트럼프 관세’ 여파로 상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에서 차 산업 부흥 의지를 강조한 것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경합주인 미시간주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내 목표는 미국 자동차 제조업이 전성기보다 더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이라며 "디트로이트와 미시간이 그 중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 자동차 산업이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자동차 업계 노동자들의 ‘악몽’이 끝날 것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파이브서티에잇 여론조사 평균에 따르면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미시간주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약 1%포인트 뒤지고 있다. 이날 공개된 에머슨대 여론조사에서는 미시간주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동률을 나타냈다. 대선이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경합주의 표심이 한층 중요한 상황인 셈이다. 폴리티코는 "디트로이트의 투표율을 높이는 게 미시간주에서 승리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 2시간에 걸친 이날 연설을 통해 디트로이트 비하 논란에도 휩싸인 상태다. 그는 경쟁자인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대통령이라면 우리나라 전체가 디트로이트처럼 될 것"이라며 "당신은 엉망진창이 될 것"이라고 언급해 도마 위에 올랐다. 연설 초반에는 중국을 개발도상국이라고 언급하면서 "우리도 개발도상국(a developing nation)이다. 디트로이트를 보라. 디트로이트는 중국 대부분 지역보다 개발 중인 지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인 마이크 더건 디트로이트 시장은 범죄율 감소, 인구 증가 등을 언급하며 "트럼프 도움 없이 이 모든 것을 해냈다"고 반박했다.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지사 역시 "디트로이트를 입에 담지 말라"고 불쾌함을 토로했다.
이 밖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잘 지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재차 언급했다. 또한 재임 중 체결됐던 아브라함 협정을 언급하면서 "내 이름이 오바마(버락 오바마)였다면,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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