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정감사에서는 대통령실을 겨냥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임시 개방한 용산어린이정원에 갑자기 설치되는 '분수정원'에 대한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 특정 업체의 수의계약에 김건희 여사의 특혜 작용 여부 등이 의혹으로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감에서 "당초 용산어린이정원 활용계획 마스터플랜에는 분수정원이 없었다"며 "용산어린이정원 사업에 대통령실이나 영부인이 개입했느냐"고 물었다.
이어 신익태 올댓캠퍼스 대표를 언급하며 "일부 제보에 따르면 신 대표가 2014~2016년 국민대 리더십과코칭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다녔는데, 이 기간이 김건희 여사가 국민대 겸임교수로 재직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의혹을 더했다. 올댓캠퍼스는 이벤트 전문 회사인데 따낸 계약이 총 130억원 규모라는 게 정 의원 분석이다.
그는 "국토교통부와 LH가 분수 조성 등을 위해 스마트시티 구축 예산에서 132억원을 전용해 정원 조성 예산에 사용했다"며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전용하는 것은 실무자 선에서 정리할 수 없을 것 같다. LH 내부에서도 재원 확보가 안 돼 있는데 이 용역을 진행하자 반발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신 대표가 지난해 5월 용산어린이공원 개장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 앞으로도 계약을 밀어줄 사람이 있다는 뜻이라고도 했다. 신 대표는 당시 "중소기업에서 중기업으로 됐다. 상장 욕심을 부려도 되지 않을까”라는 글을 게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대표는 지난 7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 첫날 증인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한준 LH 사장은 "용산 사업은 권력과 가까이 있어 정권이 바뀌면 여러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꼼꼼히 챙기고 있고, LH는 수탁기관이기 때문에 예산을 전용해서 주면 집행할 따름"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또 "LH 사장이 용산어린이정원과 관련해 현장에 가서 직접 업무 협의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일이 끝나면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인사를 할 때 업무를 가장 정확하고 잘하는 직원들로 골라서 보냈다"고 부연했다.
당시 실무 책임자였던 송영환 LH 기획조정실장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관계기관을 묻자 "대통령실 관리비서관(김오진), 대통령 경호처, 국토부, LH가 협의했다"고 답했다.
용산어린이정원 조성 사업의 민간 위탁 용역계약 187건 중 123건(66%)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복기왕 민주당 의원은 "어떤 조그마한 지방자치단체나 기업도 이런 식으로 일하지 않는다"며 "이런 말이 불쾌할지 모르겠으나, 대통령이 '소나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하면 발주를 하나 넣는 식으로 사업이 이뤄진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윤종군 민주당 의원은 부지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임시 개방이 편법이라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반환된 미군 기지는 모두 심각한 토양 오염이 확인됐다"며 "오염된 땅은 정화 없이 시설 준공이 불가능하니까 정식 예산 편성 없이 임시 개방한 것"이라고 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토양 오염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국토부 직원이 '환경부에서 토지환경보호법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고 반박하자 "완벽하지 않다"며 "구리·아연 등 1급 발암물질이 검출돼 '공원'으로 하려 했다가 '정원'으로 하는 게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에 LH 측은 "정식 조성이 아닌 임시 개방에 맞는 조치(오염 조사, 유해성 평가, 저감 조치 등)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