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 의 총 임원 수는 지난해 기준 174명. 이 가운데 여성 임원은 35명으로 전체의 20.1%를 차지했다. 동종업계 최상위는 물론 국내 주요 기업의 여성 임원 비중을 크게 웃돈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은 5% 안팎이다. CJ제일제당의 여성 임원 비율은 2021년부터 20% 이상을 유지해 다른 조사 대상 기업보다 4배가량 많다.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나이나 연차,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그룹의 인재 육성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고용 안정성을 나타내는 정규직 근로자 수에서는 남성 비중이 월등히 높고, 쏠림 현상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양성평등 문화를 확립하는 데 장벽이 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4일 본지가 집계한 '2024 아시아경제 100대 기업 양성평등 종합점수'에서 전체 20위를 기록했다. 각 사에서 발간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남성 대비 여성의 비중을 점수로 환산한 결과 주요 평가 항목 중 정규직 수(3.5점), 근속연수(7.75점), 연봉(8.5점), 사내이사(7점), 사외이사(0점), 가족친화인증(1점) 등에서 총점 27.75점을 받았다.
IT와 금융권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정규직 수에서 5~6점대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CJ제일제당의 이 항목 점수는 상대적으로 뒤처진다. 포털이나 증권사, 은행 등은 남녀 정규직 비중이 대체로 비슷하거나 여성이 높은 반면, CJ제일제당은 최근 5년 새 남성 대비 여성의 정규직 비중이 2019년 25.75%에서 지난해 28.76%로 3%포인트가량 증가하는 데 그쳐 30%를 밑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식품 제조업을 주력으로 해오면서 생산·영업·판매관리 등의 직군에서 전통적으로 남성 직원 비중이 월등히 높았을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이 확대되고 바이오 등 신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연구직을 비롯해 전문성을 갖춘 여성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최근 5년 새 정규직 증가율은 여성이 30.85%로 남성(12.46%)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다만 기존 모수 격차가 커 비중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CJ제일제당의 전체 정규직 8541명 가운데 남성은 6085명, 여성은 2456명이다. 반대로 기간제 근로자 71명 중 남성 29명, 여성은 42명으로 여직원 비중이 높다.
CJ제일제당은 그룹 창립 68년 만인 2021년 처음으로 여성 사내이사를 배출했다. 내부 출신 여성 임원으로 이사회 일원이 된 김소영 이사(AN사업본부장·부사장대우)다. 이에 따라 양성평등 종합점수 조사에서 사내이사 항목 점수를 획득했다. 그러나 최근 김 이사가 사퇴하면서 이 자리가 공석이 됐다. 회사가 이 몫을 다시 여성으로 채울지도 관심거리다.
김 이사는 3년 임기 후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됐으나 8월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하고 안식년에 들어간 상황이다. CJ제일제당 이사회는 기존 7인에서 6인 체제(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4명)로 바뀌었다. 상법 제542조 8의 '상장회사 사외이사는 3명 이상이며 이사 총수의 과반수여야 한다'라는 조건은 충족하지만 기업 지배구조 핵심지표 중 하나인 '이사회 구성원 모두 단일성(性)이 아님'은 준수할 수 없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사내이사 1명이 빠졌으나 현 CJ제일제당의 이사회 구성이 정관에 위배되진 않는다"면서도 "지배구조 핵심지표를 준수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공개해야 하고, 이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 등을 평가할 때도 활용하기 때문에 향후 이사회 구성에서 여성 몫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CJ제일제당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은 항목은 연봉이다. 회사 구성원 중 남자 대비 여성의 임금 수준은 국내 본사를 기준으로 2021년 87.1%, 2022년 86.3%, 2023년 87.2%를 기록했다. 60~70% 안팎인 다른 기업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직원 평균 급여는 7500만원으로 연매출 3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 9개 식품 기업의 직원 평균 급여액 5628만원보다 2000만원가량 높았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이 회사의 최근 5년 새 직원 연봉 증가율도 남자 35.09%, 여자 34%로 거의 비슷했다.
CJ제일제당은 임신과 출산, 양육 등 생애주기에 따른 임직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가족친화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그룹 주도로 생애주기에 따른 임직원 지원책 26개 중 77%에 달하는 20개 항목에 대해 법정 기준 이상으로 혜택을 준다. 대표적으로 임신 준비 기간 최대 6개월의 난임 휴가를 쓸 수 있고, 난임 시술비도 지원한다. 임신 중에는 육아휴직 외 별도로 1~10개월의 임신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육아기에는 직장 어린이집인 CJ키즈빌을 통해 근무 중 자녀를 위탁할 수 있고, 육아휴직 사용 후 최대 1년간 추가로 휴직할 수 있는 '육아휴직 플러스' 제도도 운영한다.
이에 따라 대상자 대부분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업무에 복귀해서도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 CJ제일제당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 이후 업무 복귀율은 지난해 기준 남성 93.8%, 여성 93%에 달했다. 복직 후 1년간 근속한 이들을 나타내는 '육아휴직 복귀 후 유지율'은 남성 96%, 여성 92.2%를 기록했다. 모성보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직원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육아기 근로 단축 제도를 신청한 남성 직원은 2021년 27명에서 지난해 62명으로 증가했고,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남성도 같은 기간 209명에서 228명으로 상승했다.
이 밖에 회사 임직원들은 CJ그룹에서 운영하는 거점 오피스인 'CJ Work ON'과 6개의 거점 오피스를 활용해 자율적으로 업무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구성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단축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근무 피로도를 줄여 편안하고 활력 있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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