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400조 머니무브 '퇴직연금' 시장 잡아라

오는 15일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 갈아타기'를 앞두고 400조원에 육박하는 '머니무브'를 유치하기 위한 금융권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은행권에서는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증권사에서는 판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을 새 먹거리로 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은 2030년에는 약 45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돼 금융가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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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퇴직연금 갈아타기(퇴직연금 실물 이전제도)' 시행을 앞두고 금융사들이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상품라인업 확대 및 마케팅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퇴직연금 갈아타기'는 가입자가 해지 과정에서 손해보지 않고 상품은 그대로 둔 채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사만 바꾸는 제도다. 기존에는 금융사를 바꾸려면 보유 중인 상품을 모두 팔고 현금을 옮겨야 해 이 과정에서 손실을 보거나, 만기일까지 기다렸다가 이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불편함 없이 운용사를 바꿀 수 있게 됐다. 즉 증권사에서 은행으로, 은행에서 보험으로 퇴직연금 운용사를 바꾸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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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은행권에서는 상품라인업 확대 등을 준비해 '집토끼 지키기'에 나섰다. 퇴직연금 관련 예금상품 및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상품군에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예금상품을 현재 830개에서 890개로, ETF는 68개에서 101개로 확대키로 했다. 신한은행은 퇴직연금 운용 펀드를 기존 358개에서 413개로, ETF는 131개에서 177개로 보강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ETF 라인업을 각각 13개와 15개를 추가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연말까지 ETF 라인업을 10개 이상 늘리는 안을 검토하고, 원리금보장 상품을 추가하는 등 공격적인 상품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은 상품 라인업 확대뿐 아니라 비대면 플랫폼 강화 등 시스템 재정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객들이 퇴직연금 갈아타기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개발을 진행하는가 하면 우리은행은 지난 7월 연금다이렉트 마케팅팀을 신설했다.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도 치열하다. 국민은행은 '1:1 자산관리 상담 서비스'를 신설해 연금 관련 세미나를 여는가 하면, 하나은행도 연금 전문 관리 서비스인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확대했다. 또 연금 관련 전문인력도 꾸준히 확보 중이다.


은행권에서 퇴직연금 시장을 사수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증권사로의 고객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적립액은 은행이 반수 이상 차지하고 있지만 수익률은 증권사가 금융권을 통틀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또 ETF의 경우 은행 연금 계좌에서는 100~170여개의 ETF를 거래할 수 있지만, 증권사에서는 최대 700개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게다가 증권사 연금계좌에서는 주식과 같이 실시간으로 ETF 거래가 가능하지만 은행은 예약매매와 같이 미리 주문하는 형식으로만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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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은 은행(51.8%)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증권사(22.6%), 생보사(20.5%), 손보사(3.9%) 순이다. 하지만 금융 업권에 따른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을 보면 최근 5년 평균 기준 증권사가 2.9%, 그다음이 생보사(2.3%), 은행(2.2%) 순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증권사의 수익률은 7.11%인데 은행은 4.87%다.

증권업계도 퇴직연금 시장을 새 먹거리로 보고 은행권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인공지능(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를 본격 시행한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30인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퇴직연금기금제도 사업 '푸른씨앗'에도 뛰어든 상태다. 한화투자증권은 기존 연금 영업팀과 연금 전략팀을 합쳐 연금본부로 재편,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1년 새 운용금액이 4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도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서비스 강화, 전문인력 배치 등 퇴직 연금시장을 잡기 위한 내부 재정비에 힘쓰고 있다.


퇴직연금시장은 2016년 147조원이었으나 지난해 382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2030년에는 44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빠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기준 382조원으로 연평균 성장률 15%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제도적 개선 및 다양한 자산 배분 상품 등장으로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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