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재테크]퇴직 후 자산관리 시작은 절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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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번에 퇴직금으로 몇억원을 받는데요. 이 돈으로 주식투자를 해서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퇴직예정자 대상 노후설계 교육 강의장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다. 대답하기에 참 난감한 질문이다.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종목을 소개해 주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묻는 사람의 나이는 짐작할 수 있지만 재산 상태, 가족 상황, 투자성향, 투자 기간 등을 고려하지 않고 “OO 종목 사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다. 더 큰 이유는 질문하는 사람의 자산관리에 대한 마음가짐이 현역에 있는 젊은 직장인과 거의 달라 보이지 않아서이다. 퇴직 후 노후자금이 모자랄 거라는 초조함 때문에 투자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한 외국 언론인이 서울 특파원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한 말이 생각난다. “한국 사람들은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서는 참으로 열심인데 주어진 형편에 맞춰 사는 방법에 대해서는 너무나 공부가 안돼 있다.” 진정한 경제적 자립이란 주어진 경제적 상황에 자기 자신을 맞추어 넣는 능력을 기르는 것인데 이 문제에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서점에 나와 있는 자산관리 서적을 봐도 대부분이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자산을 모아가는 데 필요한 서적이 대부분이다. 주어진 경제적 상황에 맞춰 사는 방법에 대한 책은 발견하기 힘들다.

퇴직 후 자산설계를 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생존 기간이 상상 이상으로 길다는 점이다. 평균수명에서 현재 자신의 나이를 뺀 만큼의 기간을 생존 기간으로 상정하고 설계하는 사례가 많은데, 그래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20% 생존확률 연령을 기초로 생존 기간을 상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1980년생으로 올해 44세인 사람의 20% 생존 확률 연령은 남성은 100세, 여성이 102세다.

수명은 이렇게 긴 데 비해 운용 가능 금액은 상상 이상으로 적다. 현역 시절에 모아 놓은 금액에 따라 다르겠지만 운용 가능한 액수는 그 금액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한다. 금융시장의 오랜 경험으로 볼 때 퇴직 후에 투자상품 운용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또한 현역 시절에는 투자해서 다소 실패하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있지만, 퇴직 후에는 그럴 시간도 많지 않다. 따라서 투자해서 수입을 늘리는 방법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가계 지출을 줄이는 일, 다시 말하면, 절약부터 생각해야 한다.

퇴직 후 자산관리 관련 강의를 하면서 절약을 이야기하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많다. ‘재테크로 자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배우러 왔는데 절약하는 방법부터 생각하라니, 그런 당연한 이야기를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들어야 하는가’ 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지출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30~40년 동안 고성장시대, 세계역사에서 보기 드문 아주 특별한 시대를 살아왔다. 우리는 아끼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 사람들의 눈으로 우리 사회를 보면 너무나 낭비 요인, 거품 요인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고령화 시대에는 특별한 각오로 이런 지출을 줄이지 않고서는 노후대비가 불가능하다.

지출금액은 자신의 의지대로 관리할 수 있다. 반면에 금리나 주가는 그 누구도 관리할 수 없다. 수입 또한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좀처럼 관리가 불가능하다. 결국 자신의 힘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은 가계 지출 정도다. ‘절약’이라고 하는 전략은 중요한 투자 방법이기도 하다. 절약하지 않는 것은 가장 투자 성과가 높은 투자상품을 내다 버리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10만 원을 써야 할 일이 있을 때 9만원으로 그 일을 끝냈다면 그 순간 그렇게 하지 못한 사람에 비해 10%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리스크 없이 이런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은 어디에도 없다. 금리나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든 상관없다. 절약은 가장 확실한 자산운용 방법이다.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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