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천연 광천수로 만든 생수 브랜드 페리에가 현지에서 수원 오염 문제로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배설물과 암 유발 가능성으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가 검출되면서 고급 생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것이다. 기후 변화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생수 업체들의 수원 관리는 더 어려워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페리에의 수원 오염 문제로 고급 생수 브랜드를 향한 조사가 촉발됐다"며 "글로벌 생수 업계가 지속가능성 문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20세기 초 프랑스 남부 온천물을 담아 만들기 시작한 페리에는 '광천수계의 샴페인'이라 불릴 정도로 고급화 전략을 구사해왔다. 페리에는 프랑스 내 7개 수원에서 생수를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한다. 페리에의 모회사인 스위스 네슬레의 생수 부문 연간 매출은 33억스위스프랑(약 5조2000억원)으로 네슬레 전체 매출의 4% 수준이다.
보도에 따르면 페리에의 수원 오염 문제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프랑스 규제 당국이 지난해 작성한 보고서에 20년 전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가 검출됐다는 내용이 담겨 지난 4월 수원 사용 금지 처분이 내려지고 200만개 이상의 생수가 폐기된 바 있다. 여기에 올해 프랑스에 폭우가 내렸고 그 영향으로 7개 수원 중 한 곳에서 배설물까지 검출됐다.
네슬레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프랑스의 관련 규정을 모두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또 엄격한 내부 프로세스를 통해 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기후 변화 문제로 인해 폭우와 가뭄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랫동안 사용한 수원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페리에가 생수 오염 문제에 시달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 생산한 생수에서 극소량의 벤젠이 검출되면서 120개국에서 1억6000만병의 생수를 리콜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페리에는 고급 생수로의 명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 리콜 사태가 사실상 종료될 무렵인 1992년 네슬레가 페리에를 인수, 생산량을 늘렸고 2021년 글로벌 생산량이 17억병까지 치솟으며 다시 한번 명성을 회복하게 됐다. 블룸버그는 "(1990년 당시 사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리콜 대응 중 하나였다"며 "페리에가 또다시 이러한 스캔들을 맞닥뜨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페리에의 이번 수원 오염 사태는 글로벌 생수 업계의 고민을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생수 시장 규모는 3000억달러(약 404조4000억원)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생수 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 4%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 판매지가 아닌 생산지에서 수원을 확보해 생수를 만들고 이를 전 세계로 유통한다.
이러한 생산 과정이 현시점에서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기후 변화 여파로 극심한 가뭄과 폭우가 반복되면서 수원의 질을 보장하기 어렵다. 생수를 담는 플라스틱병을 제작하고 이를 해외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화석 연료가 다량 사용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네슬레뿐 아니라 에비앙과 경쟁사 다논도 유럽과 미국에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와 그린워싱(친환경이지 않으면서 친환경을 내세워 위장 광고하는 행태) 문제 등으로 소송을 당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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