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 vs "창작 자유"…'퐁퐁남' 뇌관 건드린 네이버 웹툰

"여성 혐오" vs "창작 자유"
'퐁퐁남' 댓글 전쟁에 난감한 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 공모전 도전 작품 '이세계 퐁퐁남' 내용. [사진출처=네이버웹툰 캡처]

네이버웹툰 공모전 도전 작품 '이세계 퐁퐁남' 내용. [사진출처=네이버웹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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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이 때 아닌 '남녀갈등 논란'에 휩싸였다. 자사 웹툰 공모전에서 혐오 표현과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내용이 담긴 웹툰이 1차 심사를 통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일각에서는 '네이버웹툰이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며 '필터링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네이버웹툰이 신진 작가와 신작 발굴을 위한 ‘2024 네이버웹툰 지상 최대 공모전’을 진행 중인 가운데 출품작 중 ‘이세계 퐁퐁남’이라는 웹툰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웹툰은 아내의 외도 사실을 목격한 주인공이 아내에게 재산과 양육권마저 빼앗기면서 자신이 ‘퐁퐁남’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하던 중 우연히 이세계(다른 차원의 세계)로 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퐁퐁남'이란 과거에 많은 남자를 만나고 다닌 여자와 결혼한 남자를 '설거지 세제'에 비유한 혐오 표현이다. ‘문란한 여자’를 마지막으로 ‘설거지’한 ‘순진한 남자’라는 조롱이 깔려 있다. 해당 작품이 네이버웹툰 편집부의 1차 심사를 통과하고 2차 심사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네이버가 남녀갈등과 혐오를 부추기는 작품을 걸러내지 않고 통과시켰다’는 글이 쏟아졌다.


남녀갈등 '댓글 전쟁' 벌어져

네이버웹툰 공모전 도전 작품 '이세계 퐁퐁남' 내용. [사진출처=네이버웹툰 캡처]

네이버웹툰 공모전 도전 작품 '이세계 퐁퐁남' 내용. [사진출처=네이버웹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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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댓글 전쟁으로 번졌다. 현재 '이세계 퐁퐁남' 댓글 창은 "여성 혐오 작품이다"라는 의견과 "표현의 자유"라는 의견이 충돌하며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일부 남성 독자들은 "창작은 자유" "남성들이 꼭 봐야 할 웹툰이네" "현실 그대로 반영된 건데 뭐가 불편하다는 거야?" "네이버가 이 웹툰 통과 안 시키면 꼴페미로 보겠음"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여성 독자들은 "네이버웹툰에 어떻게 저런 혐오 표현이 버젓이 등장한 거지?" "이 작품 통과시키면 네이버 탈퇴하겠다" "설거지는 집단강간에서부터 비롯된 명백한 여성 혐오 표현이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세계 퐁퐁남' 작가는 댓글 창을 통해 "현재 퐁퐁남, 설거지론의 어원이 집단강간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허위 사실이 정도를 벗어나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어 글을 남기게 됐다"라며 "해당 용어는 2000년대 초에도 사용된 주식용어이며 집단강간, 여혐 행위를 옹호하지 않는다. 웹툰은 이혼 전문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제작됐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세계 퐁퐁남'에는 별점 테러가 쏟아졌다. 다른 베스트도전 웹툰들이 9점대 평점을 받는 것에 비해 '이세계 퐁퐁남'은 4~5점대 평점을 받고 있다.

네이버웹툰, 작품 개입할 근거 없어

한편 '이세계 퐁퐁남'을 둘러싼 갈등에 네이버웹툰은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네이버웹툰이라는 대형 플랫폼에서 혐오 표현이 담긴 주제를 사전에 필터링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해당 작품이 2차 심사에서 수상할 경우 정식 연재로 이어지게 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네이버웹툰이 작품에 개입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이세계 퐁퐁남'은 공모전에 제출된 작품일 뿐 아직 네이버웹툰의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해당 작품이 가이드라인을 위반하지는 않아 제재할 근거도 없다. 공모전 공지사항을 보면 △표절/트레이싱/무단 도용 등 다른 이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 △종이책, 전자책으로 정식 출판되거나 연재 등의 형식으로 국내외에서 유료 판매된 작품 △종이책, 전자책, 영상 판권, 매니지먼트 등 국내외 타사와 이미 계약이 체결된 작품 △국내외 타 플랫폼 및 공모전에서 이미 수상한 작품 △타인의 ID와 개인정보로 작품을 제출한 경우 등에 대해서만 금지하고 있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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