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부와 친분' 주장한 명태균…그는 무엇을 손에 쥐고 있나[Q&A]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와중에 등장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과정에 역할 주목
대선 전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교류 밝혀져
"내가 입 열면 세상 뒤집힌다" 큰소리

명태균씨 관련 뉴스가 연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으로 시작했던 이 논란은 여론조사를 활용해 정치컨설팅을 한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명씨가 발언한 내용과 관련해 관련자들이 부분적으로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대목이다. 아예 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과정 논란에서 시작된 이 의혹은 크게는 김 여사가 공천 전반에 개입했는지, 지난 대선에서 명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명씨가 현 정부 국정 전반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이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명씨와 관련된 일련의 논란을 질의응답식으로 풀었다.



명태균은 누구인가

1970년생으로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명 씨는 한때 역술인 등으로 잘못 알려졌지만, 창원 일대에서 여론조사 업체 등을 운영했고, 정치컨설팅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에는 최근에야 알려졌지만, 그는 지역 정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018년에 설립된 미래한국연구소의 회장을 맡으며 정치권 관여 폭을 넓혀 왔다.

그가 최근 화제가 된 것은 김 전 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경남 창원의창에 공천을 받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뉴스 속 인물이 된 이후 그는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원했으며,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 등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당사자들은 접촉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역할에 대해서는 명씨와 주장과 달리 크지 않다는 식으로 선을 그었다. 다만 명씨는 실제 윤 대통령 취임식 등에도 참석했으며, 윤 대통령이 야인 시절 사저를 방문하는 등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사기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여론조사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선거 관련 여론조사 등을 해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그는 대선 등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여러 관계자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명씨는 윤 대통령이 국힘의힘에 입당하기 전부터 교류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그는 윤 대통령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당시 국민의힘 대표)의 이른바 치맥회동이나 윤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 과정 등 선거 고비고비 마다 굵직한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명씨가 2021년 윤 대통령과 만난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 서초동 자택(아크로비스타)을 수시로 방문했다는 주장 등은 과장됐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명씨는 대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참여와 현 정부 공직 등을 제안받았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다만 그는 JTBC 인터뷰에서 "입 열면 진짜 뒤집히지. 대선 때 내가 했던 일들이 있어", "내가 들어가면 한 달 만에 이 정권이 무너지겠지"라고 말했다. 실체는 분명치 않지만, 자신이 대선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으며, 당시 수행한 일들은 논란 소지가 있는 일들이었음을 시사하는 주장을 했다.


2021년 7울25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당시 전 검찰총장)이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기 위해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21년 7울25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당시 전 검찰총장)이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기 위해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김영선과 명씨와의 관계는?

명씨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경남도지사 출마를 희망한 김 전 의원이 도움을 요청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이후 2022년 보궐선거 당시 김 전 의원의 공천 과정에서 명씨의 역할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들이 있다. 가령 명씨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미리 알았다거나, 보궐선거 이후 명씨가 김 전 의원 세비의 절반을 받았던 것이 그것이다. 이 금전 거래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다. 김 전 의원의 보좌진은 세비를 건넨 사실 등을 인정하고 있는데. 검찰은 공천 청탁에 대한 대가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22년 8월부터 김 전 의원은 명씨에게 6000여만원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명씨는 선거 전 빌려준 돈을 돌려받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외에도 김 전 의원측 보좌진 등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명씨는 지난 총선과 관련해 여권의 험지로 알려진 김해갑으로 지역구를 옮길 것을 종용했는데, 김 전 의원의 결심이 늦어져 선거 공천 자체가 위태로워졌다고 비판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도 명씨는 대통령 내외에 ‘다 까발리겠다’며 위협했다고 토로하는 내용 등도 담겨 있다.


이준석 의원은 어떻게 명태균을 알게 됐나

이 의원은 명씨와 관련해 2021년 5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 김영선 전 의원의 소개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가 된 뒤인 2021년 7월쯤 검찰총장을 관둔 윤 대통령을 만났을 때 명씨가 중간에 있었다는 설명도 있다. 다만 이 의원과 명씨의 주장이 차이가 있는데, 명씨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 전 만남에 자신이 배석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의원은 세 번째 만남에서만 명씨가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사실관계의 차이는 있지만, 윤 대통령과 이 의원과의 만남, 즉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명씨의 역할이 있었다. 이후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 의원은 개혁신당 대표 시절 칠불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의원의 폭로 문제 등으로 만났지만, 김 전 의원이 폭로 대가로 비례후보 앞순위를 요구해 이를 거절하며 양쪽의 이해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3월3일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단일화 기자호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22년 3월3일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단일화 기자호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명씨와 윤 대통령은 어떤 관계인가

명씨는 윤 대통령이 사람을 중간에 넣어서 본인을 찾았다고 주장한다. 만남 역시 셀 수 없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인터뷰 등을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그는 새 정부 내각 구성 같은 인사 문제서부터 사람을 어떻게 부려야 하는지에 관한 용인술 등에 대해서까지 조언했다고 주장한다. 다만 취임식 이후에는 접점이 없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대통령실의 설명과도 대체로 일치한다.


다만 채널A 등의 보도에 따르면 명씨는 ‘(검찰이)날 잡으면 한 달 만에 대통령이 탄핵될텐데 감당되겠나, 감당되면 하라’고 묻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그만한 각오는 있어야 자신을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정권이 흔들릴 정도로 자신이 쥐고 있는 것이 많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이 부분 역시 명씨의 발언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다. 채널A는 해당 발언 후 명씨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해당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고 추가로 밝혔다. 명씨가 "농담 삼아 한 이야기"라고 했다는 것이다.


명씨 주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은?

대통령실은 최근 명씨와의 관계를 보다 분명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대선 경선 막바지 이후 명씨와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2021년 7월 초, 자택을 찾아온 국민의힘 고위당직자(이준석 지칭하는 듯)가 명씨를 데리고 와 처음으로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 후 역시 자택을 방문한 국민의힘 정치인(박완수 경남지사를 지칭하는 듯)이 명씨를 데려와 두 번째 만나게 된 것"이라며 "대통령이 당시 두 정치인을 각각 자택에서 만난 것은 그들이 보안을 요구했기 때문이고, 명씨가 대통령과 별도의 친분이 있어 자택에 오게 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후 "명씨가 대통령의 지역 유세장에 찾아온 것을 본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다"며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관련자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의원은 명씨와의 문자 내용 등을 공개하며 자신이 명씨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히고 있다. 이 의원이 공개한 메시지에 따르면 명씨는 이 의원에게 "대표님. 내일 오전 8시에 윤 총장님한테 전화하면 된다"고 밝혔다. 대화 맥락상 이 의원이 명씨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한 정황과는 다른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실의 해명은 윤 대통령과 명씨와의 관계만 설명했을 뿐 김 여사와 명씨와의 연락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 없다. 이미 언론 보도 등을 보면 명씨는 대선 이후에도 김 여사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있다. 윤 대통령과의 연락 여부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기보다는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는 정도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