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한글날은 한글을 창제해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우리 글자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국경일이다. 올해 578돌을 맞았다. 1926년에 음력 9월 29일로 지정된 '가갸날'이 시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578돌 한글날을 기념해 광화문광장과 국립한글박물관 등에서 '2024 한글주간' 행사를 개최한다. 개막일인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다채로운 한글주간 관련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원본보기 아이콘한글날이 정해진 경위
한글날이 10월 9일로 정해지게 된 데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실록에는 한글 창제와 관련된 기록이 거의 없다. 세종은 한글을 만드는 작업을 은밀하게 추진해서다. 1443년(세종 25) 12월 조의 맨 끝에 '이번 달에 왕이 언문 28자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리고 3년 뒤인 1446년(세종 28) 9월 조의 맨 끝에 '이번 달에 훈민정음이 완성됐다'는 기록이 있다. 학자들은 1443년 12월에 한글이 일단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문제점이 많아 보완하는 작업을 3년 동안 해서 1446년 9월에 한글을 제대로 완성했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날짜가 명시돼 있지 않아 학자들은 9월 그믐날로 가정하고 양력으로 환산해 10월 29일을 한글날로 정했다.
그러다가 1940년대에 방종현 선생이 실록의 1446년 9월 조의 기록은 문자로서의 한글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책(소위 해례본)이 완성되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학자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훈민정음해례본의 원본이 발견됐다. 정인지의 서문에 ‘세종 28년 9월 상순’이라고 날짜가 적혀 있었다. 이에 10월 29일에서 20일을 앞당겨서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게 됐다.
한글의 여러 이름
세종은 이 문자의 이름을 '훈민정음'이라고 지었다. '백성을 가르치는 데 사용할 바른 소리(글자)'라는 뜻이다. 그러나 양반 사대부들은 한글이라는 문자의 출현을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고, 한자와 한문과 비교해 한글을 낮잡아 보는 태도가 팽배했다. 한문은 '진서(眞書)'라고 부르고 한글은 '언문(諺文)'이라고 흔히 불렀다. 한글을 주로 부녀자들이 사용했다고 해서 '암클'이라고도 불렀다. 또한 한문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나 쓰는 글이라고 해서 '아햇글'이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다.
개화기에 이르러 민족 고유의 문자인 한글은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정음(正音)', '국문(國文)' 등의 명칭도 많이 사용됐다. 우리 민족의 글에 '한글'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붙여서 사용한 사람은 주시경으로 보고 있다. 주시경은 개화기에 우리 말과 글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교육과 연구에 힘써왔다. '한나라글, 한나라말, 한말' 등의 용어도 일찍부터 사용했다. 또한 '배달말글 몯음'이나 '조선어 강습원'을 '한글모', '한글배곧'으로 개명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578돌 한글날을 기념해 광화문광장과 국립한글박물관 등에서 '2024 한글주간' 행사를 개최한다. 개막일인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다채로운 한글주간 관련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원본보기 아이콘세계 속의 한글
한국의 인구는 남한과 북한을 합쳐 약 7000만명이다. 세계 15위에 해당한다. 한국어는 지구상에 쓰이고 있는 수천 가지 언어 중에서 중국어, 힌디어, 스페인어, 영어, 아랍어, 벵골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등에 이어 사용 인구수로 13번째를 차지하는 언어다. 국립국어원은 "언어란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만은 아니며 민족의 역사와 얼이 담겨 있다"면서 "고유 언어를 잃은 민족은 더 민족이라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글을 잘 보존하고 지켜나가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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