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제화 3세 김정훈 전 부사장의 개인회사인 남성패션 플랫폼 OCO(오씨오)가 문화상품권 할인 판매로 거래액을 부풀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큐텐그룹 계열사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의 피해를 키운 상품권 판매와 유사한 방식이다. 오씨오는 올해 자금 조달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4년 내 기업공개(IPO)를 약속한 뒤 '상테크(상품권 재테크) 성지'로 부상, 티메프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오는 지난 7일 오전 8시께 컬쳐랜드 상품권 5만원권을 7% 할인된 4만6500원에 판매했는데, 한 시간여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앞서 오씨오는 지난 3일과 6일에도 온라인 문화상품권을 7%대의 할인율로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씨오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컬처랜드 5만원 상품권과 문화상품권(1만원·3만원·5만원)을 판매하는데, 평소 4% 할인율로 판매하지만 한 달에 1~2회 비정기적으로 할인폭을 확대해 팔고 있다.
e커머스 업체를 통해 판매되는 상품권의 통상적인 할인율은 3~4%다. 티몬과 위메프가 거래액을 늘려 유동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문화상품권을 7~10% 할인 판매해 경영 자금을 돌려막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다수 e커머스 플랫폼에선 4% 이상 할인율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롯데온과 SSG닷컴은 문화상품권을 정상가격에 판매 중이고, G마켓은 2~4%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와 W 컨셉, 29CM,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은 문화상품권을 아예 판매하지 않고 있다.
오씨오의 높은 상품권 할인율은 상테크족을 끌어모으는 '미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소비자는 문화상품권을 신용카드로 구매한 뒤, 이를 간편결제 업체 포인트로 전환해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는다. 현재 네이버페이 포인트 교환 수수료는 6.5%다. 수수료보다 높은 할인율의 상품권을 구매해야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티몬과 위메프 사태 이후에도 8%대 상품권 할인율을 제공한 오씨오는 '상테크족 성지'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기도 했다. 이날 오씨오의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 상품권과 문화상품권 컬쳐랜드 등이 올라오는 등 이 플랫폼에서 상품권을 찾는 소비자가 많다.
오씨오는 2020년 금강제화그룹 김성환 회장의 장남인 김정훈 금강제화 전 부사장이 갖고있는 비제바노 사업부로 시작해 올해 6월 별도법인으로 독립했다. 비제바노는 김 전 부사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로, 여성 전문 신발 브랜드였지만 현재는 보유한 부동산을 활용해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다.
비제바노에서 독립한 오씨오는 지난 7월과 9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크라우디'에서 각각 7억4900만원, 1억125만원 등 8억5000만원 상당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당시 제출한 펀딩 제안서에 따르면 오씨오는 지난해 340억원이던 거래액을 사업 5년 차인 올해(2024년 7월~2025년 6월) 7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 2026년 거래액 1700억원, 영업이익 흑자 20억원을 기록한 뒤 2028년에는 거래액 50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해 기업공개(IPO)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오씨오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격적인 상품권 할인 판매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부사장은 금강제화그룹의 지주사격인 금강의 지분을 81.85%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는 10여년 전부터 제화 시장 위축에 대비해 레스모아, 스프리스, 제니아, 포니 등의 패션 잡화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다. 레스모아와 스프리스, 제니아, 포니 등 대부분의 사업은 모두 중단됐고, 2009년 갈라인터내셔날(지분 50%)을 통해 선보인 애플의 파트너 유통사인 프리스비는 애플의 한국 직접 진출로 해마다 매출이 감소세다. 김 전 부사장은 그동안 선보인 사업의 성과가 부진하자 패션 플랫폼에 사활을 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오씨오의 이같은 상품권 할인 판매가 위메프 사태처럼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티몬·위메프는 입점 판매자(셀러)에 대한 정산 지연 문제가 본격화하기 전 선불 충전금과 상품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대량 판매했다. '티몬 캐시'를 10% 할인해 팔았고, 해피머니상품권과 컬쳐랜드상품권 5만원권을 각각 4만6250원과 4만6400원에 판매했다.
그 결과, 저렴한 가격에 상품권을 사기 위한 상테크족이 몰리면서 정산 지역 사태의 피해를 키웠다. 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초 340만명 수준이던 티몬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티메프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6월에는 410만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제휴처들은 티몬·위메프가 판매한 상품권들의 사용을 막았고, 해당 상품권은 휴지 조각이 됐다.
티몬·위메프의 경우에도 모회사인 큐텐그룹이 핵심 자회사인 큐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할인된 가격의 상품권을 대량 판매하는 방식으로 자금 돌려막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내 e커머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성장세가 둔화되자 상품권 할인 판매를 통해 거래를 발생시켰고, 무리한 할인을 위해 동원된 비용이 반영되면서 경영난이 악화됐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소비 줄고 패션 업황이 좋지 않은 만큼 오씨오가 목표한 대로 매출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패션 플랫폼들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오씨오 측은 이같은 상품권 할인 판매가 플랫폼 이용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오씨오 관계자는 "상품권 판매는 구매자들이 자사몰에서 사용할 수 있어 상품권 고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것"이라며 "판매 수량을 늘린적 없고 초반과 똑같이 유지 중이며 발행사에 대금 지급도 제대로 하고있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