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과학연구 패러다임‥노벨상도 수상?

'알파고' 만든 구글 딥마인드 CEO, 노벨 화학상 수상 여부 관심
'알파폴드' AI로 단백질 구조 연구 획기적 진화
"10년 내에는 AI지원 연구가 노벨 상 받을 것"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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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은 기초 과학 연구실과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발견의 시대를 열었다. 놀라운 정확도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능력은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약물 개발을 가속하는 데 있어 전례 없는 진전으로 이어졌다." (제임스 로스먼,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 노벨상은 7일 생리의학 분야를 시작으로 8일 물리, 9일 화학상, 10일 문학, 11일 평화상의 순으로 진행된다. 14일에는 경제학상이 발표된다.

노벨상의 유래는 과학 분야다. 문학, 평화, 경제 등의 분야도 주목받지만,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과학적 발견이나 발명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올해 노벨상의 화제는 인공지능(AI)의 급부상이다. AI 자체에 대한 노벨상 부문은 없지만, 노벨상이 더 이상 AI를 외면할 수 없다는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AI의 능력이 급성장하면서 과학연구에서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진 때문이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딥마인드 최고경영자. 사진=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딥마인드 최고경영자. 사진=구글 딥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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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는 노벨상 수상자 예측으로 유명한 클래리베이트가 올해 노벨 화학상 후보로 세 분야를 제시하면서다. 이 중 3차원 단백질 구조와 기능의 예측 및 설계에 기여한 이들의 명단에 AI 관계자의 이름이 올랐다. 차세대 항암제 등 신약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AI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연구원이다. 우리에게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한 알파고를 만든 것으로 잘 알려졌던 구글 딥마인드는 이제 노벨상의 영역까지 접근했다.


AI에 노벨상을 줄 수는 없다. AI 연구에 상을 준다면 제프리 힌턴 교수 등 AI 개발에 앞장선 이들도 있지만 실제로 과학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를 개발한 이가 노벨상 입장에서는 알맞은 경우다.

알파폴드가 단백질을 연구한 모식도

알파폴드가 단백질을 연구한 모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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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사비스 CEO의 업적은 단연 돋보인다. 핵심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인 '알파폴드'(AlphaFold)다. 2021년 출간된 '알파폴드를 활용한 매우 정확한 단백질 구조 예측'(Highly accurate protein structure prediction with AlphaFold) 논문은 이미 1만6000회 이상 인용됐다. 미 CNN 방송은 과학 논문 중 1만회 이상 인용된 논문은 500여편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2018년 처음 등장한 알파폴드는 올해 ‘알파폴드 3'으로 진화하며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스먼 박사는 인공지능(AI)이 과학연구에 끼치는 영향이 놀랍다면서 "알파폴드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놀라운 능력은 생명 과학자와 의학 연구자에게 혁신적인 도구를 제공하고 있으며 의학 연구에 접근하는 방식에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켰다"라고 말했다.


허사비스 CEO와 존 점퍼 연구원은 알파폴드 개발로 세르게이 브린, 마크 저커버그 등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이 공동으로 과학발전에 공헌한 이를 위해 만든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 상을 받았다. 브레이크스루 상은 노벨상이 부족한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데, 여기서도 허사비스의 능력을 인정한 셈이다.


알파폴드가 노벨상 분야에서 주목받은 것은 올해가 처음도 아니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 직후 노벨상에 컴퓨터 과학, 수학 또는 공학 분야가 없어 AI 과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지만 AI 과학자가 AI를 사용하여 물리학, 화학, 생리학 또는 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알파폴드를 연구한 허사비스 CEO가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 현장에서는 컴퓨터의 활용이 늘어온 것은 현실이다. 많은 학자가 실험실에 슈퍼컴퓨터를 스스로 설치하거나, 초거대 슈퍼컴퓨터의 힘을 빌려 연구를 한다. 실제로 2013년 노벨화학상은 큰 분자의 화학반응을 컴퓨터에서 계산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한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당시 노벨상을 수상한 제임스 래빗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 1월 '알파폴드가 인공지능 기반 약물 발견을 가속화하고 있다: 새로운 CDK20 소분자 억제제의 효율적인 발견'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알파폴드의 결론이 약간의 수정을 거치면 간암 세포를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는 새로운 히트 분자를 식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에 든 시간은 단 30일이었다. AI가 없었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됐을지 알 수 없다.

알파폴드를 활용해 간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제임스 래빗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 1월 "알파폴드가 인공지능 기

알파폴드를 활용해 간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제임스 래빗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 1월 "알파폴드가 인공지능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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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에 대해 허사비스는 AI의 위력이 드러났다면 반겼다. 그는 과학자들이 알파폴드를 빠르게 연구에 적용하는데 감명받았다면서 "우리가 연구 커뮤니티에 무료로 AI를 제공하는 이유다"라고 언급했다.


물론 AI 개발 관련자에게 노벨상을 주는 것이 아직 이르다는 입장도 있다. 노벨상은 전통적으로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에 대해 평가해왔다. AI 연구가 최근에 이뤄졌고, AI를 과학 연구에 적용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분야라는 점은 보수적인 노벨상 선정위원회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잉가 스투룸케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교수는 "AI가 어떤 인간도 하지 못한 계산을 해내고 답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답이 왜 옳은지에 대해서는 설명하는 데는 서투르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데이비드 펜들버리 클래비트 연구원은 이미 연구 현장에서 컴퓨터 계산을 통한 연구가 대세가 됐다고 전제하며 "10년 이내에 AI의 지원을 받은 연구가 노벨상을 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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