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나면 귀국해 총 들었는데"…이스라엘 인재 수만명 '조용한 탈출'

지난해 고급 인재 3~4만명 순유출 전망
"군사적 위험 안 줄면…상류층 빠져나가"

이스라엘 하이테크 산업의 원동력인 '인재'가 미국, 유럽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됐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 이후 중동 여러 지역으로 전선이 확장되자, 이스라엘의 테크 엘리트들이 자국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는 모양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은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엘리트들이 '조용한 출국'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1년간 이어진 하마스와의 전쟁에 이어, 헤즈볼라 등 다른 무장 테러 조직과도 분쟁이 확산하면서 이스라엘 경제에 멍에가 씌워진 셈이다.

특히 하마스가 납치해 간 인질 송환과 관련한 진전이 없다는 것도 불안한 점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아론 차카노베르 이스라엘 테크니온공과대 교수는 "인질이 송환되지 않으면 그동안 이스라엘 사회를 지탱해 온 기본적인 사회 계약이 무너진다"며 "국가 전체에 재앙적인 결과르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멜라녹스 직원들과 만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미지출처=엔비디아]

이스라엘 멜라녹스 직원들과 만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미지출처=엔비디아]

원본보기 아이콘

실제 '가디언'은 홍보 컨설팅, 약국 등을 운영하던 세 자녀의 아버지 노암씨가 고향을 등지고 유럽으로 이주를 결심한 사례를 소개하며 "주된 이유는 자녀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 또한 지난해 3~4만명의 인재가 순유출된 것으로 추산했다.


이스라엘에는 인재 유출과 관련한 공식 통계가 없지만, 산업계에서 체감 중인 두뇌 유출 속도는 매우 빠른 것으로 전해졌다. 차카ㅗ베르 교수는 "우리는 이를 '조용한 출국'이라 칭한다"며 "비행기에 직접 타기 전까지 (인재들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군 탱크와 군용 차량들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국경 인접 지역에 집결해 있다. [이미지출처=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 탱크와 군용 차량들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국경 인접 지역에 집결해 있다. [이미지출처=AFP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이스라엘중앙통계국 자료를 보면, 이스라엘의 국가 총생산(GDP)은 올해 2분기 -0.3%를 기록해 역성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당초 전쟁 전 이스라엘의 2024년 경제 성장률을 3.4%로 전망했다가, 전쟁 후 1.6%로 대폭 하향했다.


아랍 국가들과의 거듭된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이스라엘이 경제 부흥을 일궈낸 건 반도체, 의료, IT 등 테크 분야 덕분이었다. 특히 이스라엘은 북부 최대 도시 '하이파'를 중심으로 이뤄진 IT 산업 센터 '실리콘 와디'에 무수한 빅테크 기업들을 유치했는데, 만일 테크 분야 인재들이 나라를 빠져나가면 해외 대기업도 투자를 지속할 요인이 없어진다.


이와 관련, 우리 람 네게브벤구리온대 사회인류학 교수는 매체에 "(이스라엘의) 군사적 위험이 줄지 않고, 계속해서 국가가 포퓰리즘적 독재로 전환하면 두뇌 유출은 심각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상류 중산층은 자녀를 더욱 해외로 보내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