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허리케인은 공무원 작품"…미국서 때아닌 음모론

허리케인 '헐린' 지난달 미국 남동부 강타
200명 이상 사망, 건물·도로 초토화 피해
"공무원이 날씨 통제, 설계된 폭풍" 음모론

지난달 시속 225km에 달하는 초대형 허리케인 '헐린'이 미국 남동부를 강타하면서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정부가 날씨를 통제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허리케인 '헐린'이 2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며 미국 6개 주를 할퀴고 지나간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거짓된 주장과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져나갔다"고 보도했다.


이는 대부분 "공무원들이 날씨를 통제하고 있다", "헐린은 기업들이 지역에 매장된 리튬을 채굴할 수 있도록 설계된 폭풍이다", "공무원들이 고의로 시신을 방치하고 있다"는 허무맹랑한 주장들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헐린으로 인해 피해를 본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빌의 모습.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헐린으로 인해 피해를 본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빌의 모습.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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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공화당 강경파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이 지난 3일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에서 "그렇다. 그들은 날씨를 통제할 수 있다. 누군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거짓말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일이다"라며 음모론에 동조해 논란이 커졌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대응을 비난하면서 "바이든이 연방재난관리청(FEMA) 예산 10억달러(약 1조 3487억원)를 불법 이민자 지원에 사용한 탓에 허리케인 피해 지역을 도울 자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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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백악관은 지난 4일 "일부 공화당 지도자들과 보수 언론이 재난 구호 노력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방식으로 미국인을 분열시키려고 의도적으로 소문을 퍼뜨린다"며 대응에 나섰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는 "거짓"이라며 "이주민에게 주택과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에 재난 구호 자금은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트럼프 선거 캠프에서는 연방재난관리청 예산이 불법적으로 사용됐다는 주장을 반복하는 중이다.

SNS에서 허리케인에 대한 음모론이 번지자 정부 기관과 공무원들은 대응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재난관리청은 웹사이트에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으며, 일부 공무원은 자신의 SNS에서 연방재난관리청의 재난 대응 절차를 직접 설명하는 등 개인적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케이트 스타버드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재난은 종종 정치화된다"면서 "음모론과 허위 정보로 사람들이 집단적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조작하고 사건을 정치화할 경우, 현 상황에서의 대응과 복구는 물론이고 다음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꼬집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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