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고로 2명의 사상자를 내고 도피 행각을 벌인 ‘마세라티 뺑소니’ 운전자가 음주운전 혐의를 벗게 됐다.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적용한 결과 음주운전 단속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4일 광주 서부경찰서는 마세라티 운전자 김모(32)씨에 대해 경찰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한 결과 단속 기준인 0.03% 이하로 측정돼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오전 3시 11분께 음주 상태로 마세라티 차량을 운전하다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그는 구호조치 없이 달아났고,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크게 다쳤으며 동승자인 20대 여성 1명이 사망했다.
사고 직후 김씨는 법인 명의 차량으로 아는 선배로부터 건네받은 마세라티를 두고 홀로 달아났고, 대전·인천·서울 등지에서 도피 행각을 벌이다가 서울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돼 구속됐다. 그는 도주 과정에서 태국행 비행기를 타고 해외 도피를 시도했으나, 이미 출국 금지됐을 가능성을 우려해 두 차례 항공권을 취소하기도 했다.
앞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그는 “술을 마셨고 경찰 사이렌 소리가 무서워 달아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도로교통공단에 의뢰한 속도 감정 결과 김씨가 제한속도 60㎞인 사고 지점에서 최소 81㎞ 속도로 과속 운전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김씨는 지인들과 1차 술자리를 가지고 2차를 위해 북구 신안동의 한 유흥주점으로 이동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도주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김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날 호송 직전 김씨는 사고 직후 도망간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 사죄드리겠다”고 말했다. 유족에게 할 말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나중에 하겠다”면서 말끝을 흐렸다.
한편 경찰은 김씨와 그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씨의 도피를 도운 오모(34)씨도 붙잡혀 구속했으며, 이동상 편의를 제공한 또 다른 도피 조력자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에게는 수사된 내용을 토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범인 도피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경찰은 이들이 관리 명단에 없기 때문에 조직폭력배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으나, ‘뺑소니 사망사고’ 사건과 별개로 보이스피싱·자금 세탁 범죄 조직 연루 의혹 등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둬서 수사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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