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부동산 임장 스터디가 인기를 끌면서 부동산 중개업계가 청년 임장족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실제 매수 의향이 있는 실수요자가 아닌 경험을 쌓을 목적으로 부동산중개소를 방문하는 일명 '임장 크루'다. 임장 크루가 늘면서 일부 부동산의 경우 중개업무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아시아경제 취재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이른바 '실거주 콘셉트 전화 임장'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년들의 아파트 구입 열망이 거세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임장 스터디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카카오톡 그룹 채팅에는 임장 스터디 오픈채팅방 370여개가 개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일부 방은 10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임장 크루가 늘어난 배경에는 청년들의 부동산 투자 열풍이 원인으로 자리한다.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대별 전국 아파트 매입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체의 29.2%에 불과했던 2030세대 아파트 매입 비중은 올해 1분기 35.2%로 치솟았다.
'실거주 콘셉트'란 실제 부동산을 매수해 거주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행동해 부동산중개소를 방문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공인중개사가 실수요자에 한해 매물 정보를 자세히 설명해준다는 점을 노려 전화로 정보를 얻어내는 수법이다.
임장 노하우 글을 게시한 한 작성자는 공인중개사를 속이기 위해 이사 날짜와 보유 예산 등을 미리 시나리오로 만들 것을 권유했다. 해당 작성자는 "완벽하게 속이려면 이사 날짜와 예산, 대출 가능 여부 등을 미리 정해둬야 한다"며 "매도자 콘셉트로 접근할 때는 실제 그 동네에 사는 것처럼 감정이입이 필요하다"고 정보를 공유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특정 지역의 투자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 '해당 동네로 회사 발령을 앞두고 있다'는 등의 핑계를 댈 것을 공유하기도 했다.
더욱이 임장 크루가 전화뿐만 아니라 부동산중개소에 현장 방문하면서 공인중개사들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A씨는 "몇 년 사이 젊은 청년들이 삼삼오오 투자 모임을 꾸려서 방문하는 횟수가 늘었다"며 "말로는 매수 의향이 있다고 하지만 실컷 매물과 동네 상황을 설명해주면 노트에 열심히 받아적고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B씨도 "당장 구매할 계획 없이 오로지 투자 목적으로 방문한 것처럼 보이는 젊은 친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도 "우리도 시간을 들여 집을 보여주는 건데 이런 고객을 만나면 몹시 진이 빠진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는 공인중개사의 무상 매물 중개를 악용하는 행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중개사가 고객에게 매물을 소개할 때 출장비나 교통비 등을 받지만 한국의 중개사는 별도의 보수를 받지 않는다"며 "덕분에 부동산중개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최근에는 이를 악용하는 고객들로 인해 중개사들이 고충을 겪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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