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친환경 '그린워싱' 기업, 99%는 솜방망이 징계

5년간 그린워싱 처분 1만62건
이중 1만13건은 강제력 없는 '행정지도'
과태료 처분받은 경우는 단 6건뿐
"친환경 소비자 기만행위 강하게 제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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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저질렀던 기업 99%가 솜방망이 징계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친환경을 내걸고 소비자를 기만했지만, 아무런 강제력이 없는 행정지도만 받았다. 과태료를 내거나 중지명령을 받은 기업은 극소수였다. 매해 그린워싱 적발 건수가 늘어나는 만큼 관련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그린워싱 조사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내려진 그린워싱 처분은 총 1만62건이다. 이 가운데 1만13건(99.5%)에 대해 행정지도가 내려졌다. 행정지도는 일종의 권고로 아무런 강제력이 없고 기업이 따르지 않아도 돼 수위가 가장 낮은 징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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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기술산업법에 따르면 기업은 제품의 환경성과 관련해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할 수 없다. 규정을 어기면 환경부의 제재가 이뤄진다. 제재는 시정조치와 행정지도로 나뉜다. 시정조치는 즉시 광고를 중지하고 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한 달 안에 이행 결과서를 내야 한다. 같은 기간 시정조치는 42건(0.4%)에 그쳤다.


과태료를 낸 경우는 6건뿐이었다. 모두 실증자료를 내지 않아 이뤄진 처분이었다. 그린워싱 조사 과정에서 위법성이 발견되면 별도로 과징금이나 2년 이하 징역이 가능하지만 실제 처분을 받은 사례는 없다.


그린워싱이 가장 만연한 업종은 무점포소매업(통신판매업)으로 8331건의 처분이 이뤄졌다. 점포를 두지 않고 온라인 방식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비대면 영업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화·오락·여가용품 소매업이 563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종합소매업(478건), 기타생활용품소매업(167건), 기타상품전문소매업(166건) 등이 뒤를 이었다.

그린워싱 기업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그린워싱으로 적발된 기업은 1822개다. 2019년에는 45개뿐이었지만 2020년 110개, 2021년 244개, 2022년 1498개 등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의 그린워싱이 많아졌다. 2020년까지 그린워싱 적발기업은 모두 중소기업이었다. 2021년에 처음 대기업 1곳이 그린워싱으로 적발됐는데 지난해에는 26곳으로 늘어났다.


환경산업기술원이 지난해 공개한 위반 사례를 보면 조리기구가 고온으로 가열해도 변형이 없다거나, 순면·종이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친환경이라고 광고한 경우가 많았다. KC인증이나 어린이제품 안전기준처럼 법적 기준을 만족시킨 것을 ‘무독성’이라고 주장한 기업도 있었다. 유해물질을 조금 덜 사용했는데 환경표지인증을 받았다는 명목으로 ‘무독성’을 내세워 과장광고를 한 경우도 있었다.


환경부는 우선 강제력 있는 시정조치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행정지도를 많이 사용했지만 올해부터는 시정조치를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시정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고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경고를 함께 보내 기업들의 그린워싱을 최대한 억제하려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는 그린워싱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부도 지난해 초 그린워싱을 줄이기 위해 과태료 300만원을 물리는 법안을 냈다. 당시 국회 회기가 종료돼 폐기됐는데, 관련법을 다시 발의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강 의원은 “친환경, 무독성, 무공해와 같은 거짓말로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를 범죄로 인식할 수 있도록 보다 강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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