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만엔 신권 지폐가 축의금으론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새로 발행된 1만엔은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얼굴을 그려 넣었는데, 최근 시부사와의 불륜 사실이 재조명된 탓이다.
3일(현지시간) '야후재팬' 등 일본 포털 뉴스를 종합하면, 지난 7월 발행된 일본 1만엔 지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 지폐를 결혼 축의금 봉투 안에 넣으면 안 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신권엔 시부사와의 얼굴이 들어갔다. 시부사와는 19세기 말을 향유한 일본의 사업가로, 막 서구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의 경제 개발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현 미즈호그룹의 전신 '다이이치 국립은행'부터 기린맥주, 제국호텔, 도쿄해상화재보험 등 무려 500개 기업의 설립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으며, 도쿄증권거래소의 창설에도 가담했다. 또 일본 최초의 은행인 제일국립은행 초대 총장을 지내는 등 사실상 현대 일본 경제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가히 '자본주의의 아버지'라는 별명이 부럽지 않은 업적을 세운 셈이다.
이런 인물이 축의금으론 기피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교롭게도 최근 그가 외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재조명되면서다. 그는 본처와 불륜녀를 한집에 들여 동거하며 외도를 저질렀고, 집안에서 고용한 여종과 스캔들을 일으킨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시부사와는 불륜을 연상케 한다", "이 지폐를 신혼부부에게 주는 건 민폐", "결혼식 축의금 용도로는 구권을 주는 게 낫다" 등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한 웨딩 업체의 소비자 설문 조사에 따르면, 시부사와의 얼굴이 들어간 신권을 축의금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약 30%의 응답자는 "예절 위반으로 느껴진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지폐 신권을 기피하는 축의금 문화가 확산하자, 코지마 스스무 일본 후카야시 시장은 "에이이치가 여성을 좋아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지만 이런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것은 당혹"스럽다며 "시부사와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사람'으로,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부사와는 남성 중심의 사회였던 근대 일본에서 일본여자대학 설립에 기여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일본 웨딩 업계에선 이런 사실을 지적하며 "규칙에 어울리는 결혼식 문화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시부사와는 한반도의 역사에도 관여한 인물이다. 그는 한반도에 거주하던 당시 경인철도합자회사, 경부철도주식회사 사장을 지내면서 경인선과 경부선 개발을 주도했다. 이 철도는 일본 제국의 군사 물류 철도로 활용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부사와를 식민지 조선 경제 침탈의 주역 중 한 명으로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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