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우려로 중동 정세가 요동치면서 국제유가가 4%가량 급등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자국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감행한 이란에 석유시설 공격을 포함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오일쇼크' 공포에 유가가 치솟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오전 11시43분 현재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WTI) 원유가 전거래일 대비 2.93달러(4.18%) 급등한 배럴당 73.0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전일 보다 2.89달러(3.91%) 뛴 배럴당 76.69달러에 거래 중이다. 장중 한 때 WTI는 5.5% 급등한 배럴당 74달러에 근접했고, 브렌트유 역시 77달러 가까이까지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보복 공격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유가가 급등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시설 공격을 허용하느냐는 질문에 "논의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스라엘에 허가가 아닌 조언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란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 암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지난 1일 이스라엘을 향해 약 20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란에 즉각 재보복을 천명하며 중동 정세를 둘러싼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중동에서 직접 충돌을 자제해 온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도 치솟는 중이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시설을 대규모 공격할 경우 전 세계 원유 시장에서 하루 150만배럴의 공급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경우 원유 공급이 하루 30만~45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유가 안정에 주력하고 있어 이스라엘이 미 정부에 부담을 줄 석유시설을 직접 공격 목표로 삼을 지는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을 막기 위해 미국과 주요 산유국 등이 오일쇼크 가능성 차단에 주력하고 이스라엘도 이를 고려해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CIBC 프라이빗 웰스의 레베카 바빈 선임 에너지 트레이더는 "에너지 인프라를 잠재적 타깃으로 삼는다는 사실이 시장에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는 보다 현실에 근접하고 있다"며 "다만 선거가 다가오고 있어 이스라엘이 실제로 이란의 석유시설을 공격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 역시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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