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직후 1천만원 받고 알아서 해야"…고독사하는 탈북민 급증[AK라디오]

올 상반기에만 14명 고독사
30~50대 경제활동인구서도 많아





최근 탈북민 고독사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우리 사회의 탈북민 지원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집중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4명의 탈북민이 고독사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탈북민 중 약 21%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이에 대한 심층 분석과 함께 탈북민 지원의 현실을 조명해 본다.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탈북민의 고독사
북한이탈주민 일자리박람회가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탈북민들이 행사장 입장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북한이탈주민 일자리박람회가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탈북민들이 행사장 입장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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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정착 문제는 오랜 시간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이슈였다. 탈북민들은 북한에서부터 긴 여정을 거쳐 한국에 정착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탈북민들의 고독사 사건이 증가하며, 이들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고립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되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무연고 탈북민 사망자는 83명에 달하며, 그중 올해 상반기만 해도 14명이 고독사로 생을 마감했다. 특히 고독사 중 상당수가 30대에서 50대 사이의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 할 연령대에 집중되어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독사라고 하면 70대 이상의 노인층이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지만, 탈북민의 경우에는 더 젊은 층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

탈북민, 21%가 고위험군... 경제적 어려움의 고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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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이 한국에 정착한 이후 겪는 문제 중 가장 큰 부분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탈북민 3만 4천여 명 중 약 21%가 경제적 위기 상태에 처해 있으며, 이들은 건강보험료, 주택 임대료, 통신비 등의 비용을 3개월 이상 체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탈북민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관리가 절실하지만, 탈북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지원 체계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북한을 떠나 홀로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경우 경제적, 사회적 고립 상태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가족이나 친인척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의지할 사람도 없고, 정부의 지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경제적 위기로 이어지며,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의 지원과 그 한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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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정부의 제도는 정착 초기에는 비교적 체계적이다. 탈북민들이 한국에 입국한 이후, 국정원의 합동신문을 거쳐 탈북 배경이 확인된 뒤, 정착을 위한 교육과 지원이 이어진다. 이들은 한화원이라는 교육 기관에서 12주 동안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이후 1천만 원가량의 정착지원금을 받는다. 내년부터는 이 금액이 1,500만 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며, 주택 지원금이나 취업 장려금 등 추가적인 지원도 제공된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 지원 이후, 탈북민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는 각자 도생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쉽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원금은 일회성으로 지급되며, 이후 취업이나 자립을 하지 못하는 경우,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탈북민 중에는 정착에 성공하여 자산가가 된 사람도 있지만, 다수의 탈북민은 경제적, 사회적 부적응 문제를 겪고 있다.


2022년, 서울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40대 탈북민 여성이 백골 상태로 발견된 사건은 탈북민의 고독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여성은 20여 년 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후 방송에도 출연할 정도로 사회에 잘 적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생활고에 시달리다 고독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탈북민들의 사회적 고립 문제와 정부 지원의 한계가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 탈북민의 고립된 삶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의 차이는 고인의 가족이 시신을 인수했는지 여부로 나뉜다. 고독사는 가족이나 지인이 시신을 인수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무연고 사망은 시신을 인수할 가족이나 지인조차 없는 경우를 말한다. 탈북민들의 경우, 대부분이 북한에서 혼자 탈출한 이들이기 때문에 무연고 사망자가 많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탈북민 무연고 사망 사례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적 어려움과 더불어 사회적 관계망이 약한 탈북민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탈북민의 고독사 문제가 다시 부각된 이유는 정부의 고위험군 모니터링 강화와도 관련이 있다. 2022년 발생한 백골 시신 사건 이후, 통일부는 '안전지원팀'을 출범시키며 탈북민들의 생활고 문제를 집중 관리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는 위기정보 39종과 연계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탈북민 약 7,200명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모니터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연고 사망 사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할

정부는 탈북민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고독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탈북민들이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더 실질적인 취업 지원과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 완전히 적응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 외에도 심리적,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한편, 시민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탈북민들의 고립 문제는 정부의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지역 사회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들이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탈북민들의 고독사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다. 이들은 오랜 여정 끝에 북한을 떠나 한국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 속에서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 정부는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지원 정책을 통해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 온전히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시민사회 역시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편집자주아시아경제의 경제 팟캐스트 'AK라디오'에서 듣기도 가능한 콘텐츠입니다. AK라디오는 정치, 경제, 국제시사, 테크, 바이오, 디지털 트렌드 등 투자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들려 드리는 플랫폼입니다. 기사 내 영상 재생 버튼을 클릭하면 기자의 실제 목소리가 들립니다. 해당 기사는 AK라디오에 방송된 내용을 챗GPT를 통해 재정리한 내용입니다.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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