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는 왜 OTT영화 '전,란'을 개막작으로 정했나[BIFF]

'두둥~' 소리로 문 연 29회 부산영화제
넷플릭스 영화 최초 개막작 선정
"상징성 고려했어야" 영화계 반발

박도신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사진출처=연합뉴스]

박도신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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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작품이 영화제에 초청되면 논란이 일곤 한다. ‘과연 문제인가’ 묻고 싶다. 큰 스크린에서 보는 영화만이 좋은 영화인가. 좋은 영화의 조건과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할 때다.”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을 만든 김상만 감독이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전, 란’은 넷플릭스가 전액 투자해 만든 영화다. 부산영화제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판정까지 받은 이례적 케이스다.

2017년 프랑스 칸영화제는 주요 부문에 넷플릭스 영화를 초청하지 않는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를 상영했다가 거센 반발을 일으킨 이후 이를 고수해오고 있다. 당시 프랑스 영화계는 보이콧까지 불사하며 넷플릭스 작품의 영화제 수용을 막았다. 산업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단 우려에서다.


부산도 전통과 수용 사이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OTT 영화는 과연 영화제 개막작으로 부적절할까. 업계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분위기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왜 OTT 영화를 초청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쳤다. 그간 부산영화제는 개막작으로 주제 의식이 짙은 독립영화를 초청해왔다. 반면 박찬욱 감독이 제작하고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전, 란’은 다분히 상업성이 짙다. 일각에선 영화제가 대중성에 치우치면 독립예술영화가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영화제의 정체성과 가치마저 흔들 수 있단 지적이다.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인 넷플릭스 영화 '전, 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인 넷플릭스 영화 '전, 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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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신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시도해볼 만한 모험이라고 봤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간 완성도 높은 독립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해왔는데 그 정체성과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OTT 작품이든 아니든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극장 영화인지 아닌지를 떠나, 영화제 개막작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중요하다. 주로 시의성 있고 유의미한 주제의 작품을 선정해오고 있다. ‘전, 란’은 사회 계급, 신분을 다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전, 란’을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묻자 박 집행위원장 대행은 “프로그래머로 20년 넘게 근무했는데, 영화를 보다 보면 ‘이 작품은 꼭 개막작으로 해야겠다’는 느낌이 들 만큼 작품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관객에게 꼭 소개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박 집행위원장 대행은 ‘전, 란’이 갖는 주제와 의미에 대한 질문에 “재밌는 작품”이란 취지의 답변만 반복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상업영화 중에서도 완성도 높은 상업영화라고 판단했다. 그 이상 의미는 두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중성을 고려한 작품일지라도 개막작으로 초청했을 땐 그만한 의미가 있었을 터다. 기자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기자들도 이를 공감하기 충분했지만, 영화제 측은 대중성 이외의 의미는 설명하진 못했다.

김상만 감독과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이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인 넷플릭스 영화 '전, 란'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김상만 감독과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이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인 넷플릭스 영화 '전, 란'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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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이어지자 마이크를 든 김 감독은 “수십 년 전에 서울 신촌의 한 작은 극장에서 영화 ‘가위손’을 봤다. 100인치 남짓 작은 화면에서 봤지만 좋은 영화였다. 좋은 영화란 큰 스크린에서 보는 영화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영화제에서 좋은 영화를 보는 공동의 경험이 중요하다. 이 특별한 경험은 관객에게 남다른 의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전, 란' 포함 넷플릭스의 '지옥' 시즌2 '이별, 그 뒤에도'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 티빙의 '좋거나 나쁜 동재' '내가 죽기 일주일 전', 디즈니+(플러스)의 '강남 비-사이드' 등 OTT 작품을 극장에서 상영한다.





부산=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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