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취임 후 첫 통화에서 한·미·일 협력 강화의 뜻을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전 7시 반께 도쿄 총리 관저로 출근해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했다. 두 정상은 해당 통화에서 양국 간 정상회담과 함께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전날 공식 취임한 이시바 총리가 외국 정상과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화 후 기자들을 만난 이시바 총리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이 구축한 미·일 동맹 강화 노선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미·일과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등 뜻을 같이하는 국가와의 네트워크를 한층 더 강화하고 싶다는 의사도 전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공영방송 NHK는 "미·일 정상이 한국을 포함한 관련국 간 정상회담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시바 총리가 취임 후 첫 외국 정상과 통화를 바이든 대통령과 한 것은 미·일 동맹을 한층 공고히 하겠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이날 통화와 관련해 "두 지도자는 미·일 대면 정상회담을 조기 실현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적당한 타이밍에 개최하는 것을 조율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확인했다. 이어 "오늘 전화 회담은 이시바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측면에 있어서 의미가 깊고, 앞으로도 정상 간 개인적 관계를 시작으로 미·일 동맹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중국과 관련한 여러 과제와 핵·미사일 및 납북자 문제 등 북한에 대한 대응, 우크라이나 정세 등에서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선거 기간 여러 차례 자신의 지론으로 밝혀 왔던 미일 지위 협정 개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전날 취임 기자회견에서는 물론 주일 미군의 법적 특권을 인정한 미일 지위 협정을 개정할 의향이 있음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시바 총리는 이밖에 미국의 일본 방위 의무 등을 규정한 미·일 안보 조약 개정을 통해 양국 관계를 대등하게 만들겠다는 뜻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들은 모두 미국이 응할 가능성이 낮은 사안이어서 이시바 총리를 행보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시선이 미국에 존재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지난 1일 밤 총리 관저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향후 미국, 한국과의 정상외교 기조를 묻는 말에 "미국과의 관계는 중요하고 한국도 마찬가지"라면서도 "나라가 다르면 국익도 다르다. 신뢰 관계를 구축해 우호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위해 회담을 하는지 사전에 설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한일역사 문제에서 비교적 온건한 목소리를 내온 '비둘기파'로 알려졌지만, 향후 정상 외교에서는 개인적 소신보다는 '국익'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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