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기절할까봐" 학대 말못한 유치원생…학대 정황 보니

CCTV에 명치 때리거나 목 조르는 모습 담겨
유치원장은 "교사 학대 사실 몰랐다" 주장
다만 CCTV 일부 소실되는 등 의혹 여전

대구의 한 유치원 교사가 몇 달간 여섯살 아이들을 지속해서 학대해 온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해당 교사는 아이들이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협박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사의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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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 '실화탐사대'는 피해 아동의 학부모들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대구 달서구의 한 유치원에서 6년간 근무하며 학부모 사이에서 훈육을 잘하기로 소문난 남성 유치원 교사 A씨의 훈육 비법은 알고 보니 '폭력'이었다. 아이와 대화하다 우연히 교사의 폭행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 B씨는 유치원에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영상에는 A씨가 아이들을 거세게 밀치고 명치를 때리거나 목을 조르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A씨는 당초 "허공에다 배를 때리는 척만 하고 주의를 줬다"라고 둘러댔으나 증거가 드러나자 "아이들로부터 다른 선생님에게 혼나고 왔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서 저한테만 혼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놨다.

A씨가 몇 달간 아이들을 학대하면서도 아이들이 일찍이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A씨가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뒤 "(보호자에게) 이를 거야? 말할 거야?"라고 물으며 아이들의 입단속을 해왔던 것이다. 또 학부모 C씨는 "애가 말하길 선생님이 그런 얘길 했다더라. '너희 집에 나만 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안 보이는 카메라가 있다. 그래서 그 카메라로 널 보고 네가 무슨 말 하는지 알 수 있다'"라며 "그러니까 애가 집에 와서도 카메라를 계속 찾고 카메라를 되게 싫어했다"라고 증언했다.


A 교사 반을 졸업한 아이의 학부모 D씨는 "아이에게 '넌 혼난 적 없어? 왜 그때 엄마한테 얘기 안 했어?' 하니까 '엄마 기절할까 봐' 이러더라"며 마음 아파했다. 또 다른 피해 아동은 "삶이 힘들다"며 "유치원 가는 거랑 밥 먹는 거랑 모두 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미지출처=MBC '실화탐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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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유치원 원장 E씨는 "상상도 못 했다"며 A 교사의 학대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유치원 내에서 학대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를 학대 중인 A 교사 바로 옆에 보조교사가 앉아 있는 모습이 CCTV에 찍혔을 뿐만 아니라, 5세 아이들도 "형님들(6세 반 아이들)이 맞는 모습을 다 봤다", "○○○선생님이랑 같이 봤다"고 증언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학부모들은 A 교사의 교실이 원장실과 큰 창을 두고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원장이 몰랐다고 주장하는 점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유치원 측이 학대 정황이 담긴 CCTV 영상 일부를 삭제하기도 해 의심은 더욱 커졌다. 심지어 E씨는 관련 법상 원장 자격을 갖추지 않은 인물로, 원장 자격이 있는 타인의 명의를 빌려 유치원을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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