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캐디 부상' 박태환 배상책임 없지만 비난받아 마땅"

재판부 "슬라이스 주의 의무는 캐디 책임"
사고 직후 동반자로 가해자 바꿔치기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35)이 3년 전 골프를 치던 중 옆 홀에 있던 골퍼를 다치게 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지만, 법원은 박씨에게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4단독 신성욱 판사는 지난 26일 박씨가 친 골프공에 눈을 맞아 다친 A씨가 박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9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전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이미지출처=박태환 인스타그램 캡처]

전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이미지출처=박태환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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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2021년 11월 강원도 춘천의 한 골프장에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했는데,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슬라이스(공이 목표지점을 향해 날아가다가 오른쪽으로 심하게 휘는 것)를 내면서 옆 홀에서 골프를 치던 A씨의 왼쪽 눈 윗부분을 맞혔다. 이후 A씨는 치료를 받았는데도 시력이 떨어지고 시야가 좁아지는 후유증이 남았다.

앞서 A씨는 박씨를 과실치상죄로 형사 고소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서울고법은 지난 A씨가 낸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한 고소·고발인이 법원에 대신 공소 제기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 검찰은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경찰은 과실치상에 대해 박씨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사안으로 판단해 불송치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이의신청을 해 사건은 춘천지검으로 넘어갔다. 검찰은 박씨가 당시 경기보조원(캐디) 지시에 따라 타구한 점과 아마추어 경기에서 슬라이스가 발생하는 일이 드물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박씨에게 죄를 묻기 어렵다고 판단해 박씨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A씨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반발해 항고했으나 지난해 11월 기각당했다. 이어 그는 재정신청을 냈으나 법원 판단도 검·경과 마찬가지였다.


신 판사는 "박씨는 타격 방향에 다른 사람이 있을 가능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캐디의 지시에 따라 공을 쳤다"며 "아마추어 골퍼에게 흔한 슬라이스 타구가 나왔을 때 공이 다른 홀로 넘어가지 않게 할 주의 의무는 골프장 관리 업체와 캐디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캐디들끼리 서로 연락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거나, 골프장에 그물망을 설치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박씨가 사고 직후 부적절하게 대응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는 자신의 인적 사항을 숨기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대해 신 판사는 "사고 발생 후 박씨가 자신의 인적 사항을 숨기고, 골프를 함께 친 동반자를 사고를 일으킨 사람으로 내세운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질책하면서도 "이는 사고 발생 후의 사정이라 배상 책임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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