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소송·평판 다 걸었다"‥'치킨게임'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소송전·비방전, 과열된 분쟁에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구두경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사활을 걸고 MBK 이사회 진입 저지
MBK도 '필승전략' 공개매수 실패 시 아시아 최대 PEF 명성에 타격

금융감독원이 구두 경고에 나설 만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격화했다. 고려아연과 영풍 ·MBK파트너스 연합, 양측 모두 경영권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배임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영풍·MBK 연합의 이사회 진입을 무조건 막아야 한다. 사모펀드(PEF) MBK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재벌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아시아 최대 PEF라는 이름값을 유지할 수 있다. MBK는 지난해 말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 대대적으로 나섰다가 좌절된 바 있어 연이은 실패는 평판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자금전' '소송전' '비방전'까지 더해지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치킨게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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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한 경영권 분쟁에 '구두 경고' 날린 금감원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지난 27일 비공개로 열린 부원장회의에서 공개매수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을 지시했다. 이 원장은 "공개매수 등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전한 경영권 경쟁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상장사 공개매수는 관련자들 간 경쟁 과열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지나친 경쟁으로 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등이 떠돌며 투자자의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시장 질서 교란행위 등 불공정거래 발생 여부에 대해 시장감시를 실시할 방침이다. 금감원이 구두 경고할 정도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이유는 양측 모두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최윤범 회장과 백기사들, 목줄 조여오는 법률리스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회사의 투자의사 결정 과정과 관련 자료공개를 요구하며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는 영풍·MBK 측을 저지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화에너지 등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최 회장의 대항 공개매수를 위한 백기사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가운데, 시장에선 여러 법적·윤리적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자금을 한화그룹 등 국내 대기업에 대여하고 이를 통해 최 회장의 대항 공개매수를 돕는 방안은 이사회 승인과 신용공여, 순환출자 등의 이슈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사회 승인없이 특정주주를 위해 자금을 대여할 경우 이는 경영권을 남용하는 것으로 배임의 소지가 있다. 상법 위반 가능성도 문제다. 상법상 상장사는 주요 주주 또는 그의 특수관계인을 위해 신용 공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신용 공여는 특정 주주를 위해 돈을 빌려주거나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는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순환출자 금지 규정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이미 한화그룹 지분 7.25%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한화그룹 내 계열사가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로 취득한다면 상호출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소프트뱅크나 베인캐피털, KKR 등 글로벌 투자사들도 투자심의위원회 등 내부 문턱을 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경영권 분쟁으로 이미 높아진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경영권 분쟁이 끝난 후 주가가 회귀함에 따라 출구전략이 불투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여기에 최 회장의 투자 배임 의혹 등 각종 논란이 제기된 상황이라 글로벌 PEF 들도 선뜻 나서기에 부담이 있다. 자금모집을 위해 글로벌 연기금 등의 눈치를 봐야 하는 PEF의 경우 수익률만큼이나 명분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최 회장에 대해서는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일감 몰아주기 등의 의혹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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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도 이례적인 '맹공'‥공개매수 실패하면 아시아 최대펀드 평판에 치명타

MBK 측도 이번 싸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는 최 회장 측의 대항공개매수 가격과 시점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무리 아시아 최대펀드라고 해도 MBK 측의 자금 부담도 만만찮다.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13.6% 높이면서 필요 자금이 당초 2조원에서 2조2721억원으로 늘었다. 자금 2조2721억원 중 1조8000억원(NH투자증권 1조5000억원·영풍 3000억원)을 내년 6월 만기, 이율 5.7%에 차입했다. 9개월 후 만기까지 이자만 약 766억원에 달한다. 시장은 MBK가 펀드 출자자(LP)에 보장해야 할 내부수익률(IRR)이 10% 중반대로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개매수가를 한 차례 더 상향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재계와 증권가에서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쟁취하더라도 수익률에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MBK 측은 이번 공개매수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MBK는 지난해 12월 형제 간 진행된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에 참여해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확보를 노렸지만 실패한 바 있다. 특히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두고 있는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연이어 실패할 경우 MBK의 전략과 평판에 회복이 어려운 흠집이 난다. MBK 측은 이번 공개매수 성공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과거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서 8%가량의 지분은 모으는 데 성공했다"며 "이번에는 최대주주와 함께 약 7%를 모으는 것이라 충분히 성공 가능하다고 본다"고 자신한 바 있다.


한편 영풍과 MBK는 다음 달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6.98~14.61%를 공개매수해 경영권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공개매수가를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상향했다. 이에 고려아연 최 회장 측도 대항 공개매수 전략을 펴기 위해 다양한 재무적투자자(FI) 및 전략적투자자(SI)와 접촉해 왔으며, 다음 달 2일이나 4일 개장 전까지 맞불 공개매수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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