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앞 통화 금지"…보이스피싱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 내놓은 日

부자연스러운 출금 경찰 신고 의무화 등
고령자 판별 인력 문제도…실효성은 의문

일본 오사카부(府)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고령자는 금융기관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 앞에서 전화 통화를 못 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를 추진한다.


일본에서 한 경찰관이 ATM 기기를 이용하는 고령자에게 송금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출처=NHK 방송 캡처]

일본에서 한 경찰관이 ATM 기기를 이용하는 고령자에게 송금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출처=NHK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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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마이니치신문은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지사가 보이스피싱 등 특수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내년 2월을 목표로 이 같은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요시무라 지사는 최근 범죄 피해 방지 기관 회의에서 "오사카에서 하루 평균 보이스 피싱 피해액이 1000만엔(약 9200만원)에 이른다"며 "찬반 의견이 있겠지만 열심히 모은 노후 자금을 사기 치는 비열한 범죄를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오사카부는 전문가 심의를 거쳐 세부 내용을 정할 방침이다. 오사카부는 통화 금지 외에도 ▲지역 내 금융회사가 자연스럽지 않은 출금 확인 시 경찰 신고 의무화 ▲고령자의 고액 송금 제한 ▲편의점 등에서 고액 선불카드 구입 고객에게 목적 확인 의무화 등의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일본 구마모토·오카야마현은 이미 ATM 앞에서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는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권고 수준의 조례안으로, 의무는 아니다. 다만 오사카부의 조례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지역 경찰이 ATM 앞에서 통화를 하지 말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일부 고령 이용자가 "과도한 억압"이라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사실상 지자체나 경찰이 별도 인력을 파견해 신원을 확인하지 않으면 고령자를 일일이 구분할 방법이 없다는 점, 무인 ATM 등에서는 누가 통화를 못 하게 막을 것인지에 관한 점 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일본 경찰청은 지난해 오사카부에 신고된 보이스 피싱 사기는 2656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918건이 집계된 도쿄도에 이어 전국 2위 수준으로 많은 수치다. 또 피해자의 85%가 65세 이상으로, 고령자의 피해 사례가 더 많았다. 특히 고령자가 ATM 조작에 익숙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의료보험금을 환급받도록 도와줄 테니 휴대폰을 들고 ATM으로 이동하라"는 등의 내용으로 속이는 사례가 증가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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