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역사문제에서 '비둘기' 색채를 드러내 온 이시바 시게루(67) 전 자민당 간사장이 일본 차기 총리로 결정됐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27일 오후 도쿄 당 본부에서 진행된 총재 선거 결선 개표 결과, 이시바 전 간사장이 총 215표를 얻어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194표)을 누르고 제 28대 총재로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역대 최다 후보인 9명이 출마한 이번 총재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서 상위 2명인 이시바 전 간사장과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간 결선투표로 이어졌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1차 투표에서 154표를 얻어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의 181표에 뒤졌으나, 결선 투표에서 뒤집기에 성공했다.
결선 투표는 국회의원 368표와 지방 조직 47표를 더해 총 415표로 진행됐다. 1차 투표보다 의원표의 비중이 더 커진 가운데, 세부적으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의원표 189표, 지방조직표 26표를 얻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의원표 173표, 지방조직표 21표를 받았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만 29세에 정계에 진출해 당 간사장만 두차례 역임하는 등 자민당 내에서도 12선 베테랑 정치인이자 정책통으로 꼽힌다. 고이즈미 내각에서 방위청 장관으로 첫 입각해 방위상 등을 거치며 국방 문제에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자민당 내에서는 우익 성향의 의원들과는 다른 ‘비둘기파’적인 역사인식을 나타내왔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그는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을 합사 중인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아울러 한일 관계가 악화했을 때에도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왔었다.
다만 당내 파벌싸움에서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앞서 4차례나 총재 선거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셨다. 2012년 선거 당시에는 1차 당원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파벌을 집결시킨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패했었다. 이번 총재 선거를 앞두고서는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로 바닥까지 떨어진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호소해왔다. 그는 결선 투표 직전 연설에서도 "규칙을 지키는 자민당이어야 한다"며 "국민은 여전히 자민당을 믿지 못할 수 있다. 국민을 믿고 도망치지 않고 정면에서 말하는 자민당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다수당인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고 있다. 신임 총재는 이날 오후 6시 기자회견에 나설 예정이다. 이후 내달 1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 후임으로 지명된다. 같은 날 새 내각도 발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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