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 '자율적 옥죄기' 효과, 언제까지?…당국 대책에 촉각

9월 5대銀 주택대출 증가폭, 전월 절반 수준
공휴일 영향 있어…연초 공급액 리셋 우려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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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따라 은행권의 자율적 억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연말이 지나 가계대출 공급량이 '리셋'된 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향후 대책에도 관심이 모인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5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이달 들어 4조547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8월 한 달 동안 8조9115억원 증가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이러한 감소세는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요구에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기준을 강화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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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금리 인상뿐만 아니라 주택 관련 대출 자격 자체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특히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은 최근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도 중단하는 등 강도 높은 자율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출모집인이란 금융회사와 대출 모집 업무 위탁계약을 맺고, 해당 위탁 업무를 수행하는 대출상담사와 대출모집법인을 의미한다. 최근 은행 영업점이 줄면서 고객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모집인을 통한 대출이 증가하면서 은행권 주담대의 절반가량까지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이달 대출 감소세에는 추석 연휴가 끼어있던 영향도 있었다. 10월에도 각종 공휴일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대출 감소 효과를 판단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욱이 현재 가계부채 관리를 표면적으로는 '은행 자율'에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이 돼 은행들이 대출 여력이 생기면 다시 대출의 문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당국이 전방위적으로 자율 규제를 요구한 상황이기 때문에 주택 대출 증가세가 움츠러든 것이지, 억눌린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에 이는 일종의 착시 효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와 주택 가격 추이를 살펴보며 어떤 규제를 마련할지 주목받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추석 전 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 이후 기자들에게 은행들의 자금 스케줄에 대해 "월 단위 등 세부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처럼 은행들이 연간 목표치를 빠르게 초과해 연말에 가까워지면서 대출절벽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대출잔액 목표에 대해 지금의 연 단위 계획보다 세밀한 접근을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현재 금감원은 은행이 매년 제출하는 경영계획을 통해 연간 가계대출 잔액 목표치를 확인하고 있는데, 이 이상의 개입은 지양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현재 경영계획을 통해 제출받고 있는 연간 목표치를 넘어) 월별로 대출 목표액을 받을 계획은 없다"며, 이 원장의 '월 단위 관리' 언급에 대해서는 "일부 은행들이 올해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라 이를 어떻게 맞출 것인지 계획을 받아보자는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금융당국에서 거론되고 있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기 시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트레스 DSR이란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DSR 규제에 가산금리를 부여하는 제도로, 지금은 2단계가 시행되고 있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차주가 빌릴 수 있는 최대 금액이 줄어든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의 대출 감소세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추세의 시작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추이를 지켜본 후 금융당국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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