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로 들어온 신비한 소금물…휴일, 거대한 놀이터서 딴짓 실컷 할래?[디깅 트래블]

시흥시 갯골생태공원, 국내 유일 내만(內灣)지형
제19회 시흥 갯골 축제, 생태문화 직접 체험 현장
김종원 총감독 "갯골, 가장 큰 생태예술 놀이터"

근대 이전, 소금은 글자 그대로 작은 황금으로 불릴 만큼 귀한 가루였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하늘에서 온 선물'이라며 귀하게 다뤘고, 고대 로마에서는 한때 소금을 화폐로 사용해 오늘날 월급(Salary)을 뜻하는 단어의 어원이 라틴어 소금(Sal)에서 유래됐다.


옛 우리 선조는 커다란 가마솥에 바닷물을 담아 며칠 동안 끓여 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는 자염(煮鹽) 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했다. 많은 땔감과 투입되는 노동력 대비, 아주 소량의 소금을 얻을 수 있었기에 한반도에서 소금은 황금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일제강점기, 쌀을 비롯한 조선의 물자 수탈에 혈안이 된 일본은 조선의 지형과 더불어 대만식 소금 생산방식인 천일염에 주목하고, 곧 조선 팔도 곳곳에 사람을 보내 염전이 될 만한 지역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때 낙점된 곳이 지금의 시흥시, 소래염전이다.

시흥 갯골생태공원 일원에서 국내 유일의 내만(內灣) 생태문화를 체험하는 제19회 시흥 갯골 축제가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개최된다.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시흥 갯골생태공원 일원에서 국내 유일의 내만(內灣) 생태문화를 체험하는 제19회 시흥 갯골 축제가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개최된다.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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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까지 바닷물이 구불구불 갯고랑을 그리며 흘러오는 국내 유일의 내만(內灣), 시흥의 생태문화를 직접 보고, 만지고, 즐길 수 있는 생태문화축제 '시흥 갯골 축제'가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경기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개최된다.

밀물과 썰물로 바닷물에 잠겼다 드러나는 갯벌은 흔히 볼 수 있지만, 내륙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는 시흥의 지형은 전국에서도 희귀한 사례로 꼽힌다. 구불거리는 뱀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사행성', 갯벌로 구불구불 고랑을 형성하며 들어온다 해서 불리는 '갯골'이란 지명 모두 지역이 갖는 생태적 희소성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런 지형과 생태적 보전 가치를 인정받아 2012년 시흥갯골생태공원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시흥 축제 총감독으로 갯골 축제를 이끌고 있는 김종원 총감독. [사진제공 = 시흥 갯골 축제]

시흥 축제 총감독으로 갯골 축제를 이끌고 있는 김종원 총감독. [사진제공 = 시흥 갯골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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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골 가득 차오른 물이 민물이 아니라 바닷물이라니, 지역을 찾은 관광객은 시흥 생태문화의 신비에 시각적 놀라움에 사로잡힌다. 지난 2월, 축제 총괄 감독으로 위촉된 김종원 총감독은 "시민과 방문객이 갯골 축제 현장에서 생태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한편, 편안한 축제 현장을 만끽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 구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흥 갯골 축제의 지향점에 대해 김 총감독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편안한 축제'"를 강조했다. 실제 축제 현장 곳곳에는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막이 마련돼 있고, 무대 객석과 피크닉 존에는 무장애 공간인 배리어 프리존(Barrier-free Zone)이 조성돼 관람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이 밖에도 '자연 습지 생태 활용' '탄소 저감' '지역 인적자원 활용 등 크게 네 가지 방향을 목표로 새로운 축제 기반을 다지는 생태 어울림 프로그램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염전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 [사진제공 = 시흥시]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염전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 [사진제공 = 시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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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염전으로 명성을 얻은 소래포구는 한때 국내 소금 총생산량의 30%를 책임질 만큼 천혜의 환경을 바탕으로 막대한 소금 생산을 자랑했다. 현재 갯골생태공원 근처에는 과거 40여 채의 소금 창고가 빽빽이 들어차 있었지만, 지금은 2채만이 남아 옛 영화를 증명하고 있다.


김 총감독은 "소래염전의 천일염이 갯골 물길을 통해 유통되던 시절을 방문객도 추억할 수 있는 소금창고 체험, 소금 족욕을 할 수 있는 소금 놀이터, 갯골의 짠바람을 느낄 수 있는 바람개비 존 등 갯골의 생태환경을 오롯이 만끽하는 오감 만족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기획했다"며 "갯골 축제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큰 생태예술 놀이터'로 방문객들에게 각인될 것"이라고 말한다.


1934년 약 500만㎡의 대규모 염전을 이곳에 조성한 일본은 생산되는 소금 전량을 수인선, 경부선을 통해 부산항으로 옮겨 일본으로 반출했다. 생태공원 한켠 염전체험장에는 소금을 운반하던 화물열차인 일명 '가시렁차'가 과거 수탈의 역사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해방 이후 국가 소유였던 소래염전은 민영화 후 점차 소금 생산을 줄이다 1996년 문을 닫았다.

시흥 갯골 축제 기간 중 갯골생태공원 잔디광장 무대에서 진행되는 어쿠스틱 음악제는 축제의 또다른 매력으로 손꼽힌다. [사진제공 = 시흥시]

시흥 갯골 축제 기간 중 갯골생태공원 잔디광장 무대에서 진행되는 어쿠스틱 음악제는 축제의 또다른 매력으로 손꼽힌다. [사진제공 = 시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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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골생태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흔들전망대에서 김 총감독은 축제 개막을 위한 마지막 점검을 거듭하고 있었다. 시흥시는 올해 갯골 축제에 방문객이 약 15만명 정도가 운집할 것으로 예측했다. 김 총감독은 "갯골은 사람도 자연의 일부로, 자연에 있을 때 마음이 가장 편안해진다는 걸 알려주는 신비로운 공간"이라며 "이곳에서 가을 정취를 만끽하면서 '딴짓이 주는 해방감'을 만끽하시길, 그렇게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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