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선(先)조달 한도를 늘리기로 했다. 외환시장 안정과 기금 수익률 제고 등 '두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26일 6차 회의를 열고 외화 선조달 한도를 현행 월 한도 10억달러에서 분기별 60억달러(월 30억달러, 일 1억5000만달러)로 상향하는 내용을 보고 받았다. 선조달은 해외투자를 할 때 외화를 분산 매수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에 확대된 선조달 한도는 오는 10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국민연금의 선조달 한도는 2022년 9월 이후 10억달러에 묶여있었다. 갈수록 늘어나는 해외 투자 규모와 비교해 한도가 낮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왔다.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해외 채권·대체투자 자산은 지난 6월 기준 합계 655조4030억원으로 전체 자산(1146조790억원)의 57.1%에 달한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최근 논의를 거친 끝에 분기별 평균 60억달러를 맞추면, 매달 최대 30억달러까지 선조달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선조달 규모 확대로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이 그간 선조달하지 못한 외환을 현물시장에서 사들이느라 원화 가치에 하방 압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었다. 또한 외환 '실탄 확보'가 수월해지면서 해외투자를 통한 수익률 제고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환율이 쌀 때 미리 달러를 사서 들고 있으면 '저가 매수' 타이밍이 왔을 때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며 "그동안에는 그런 타이밍이 왔어도 선조달 한도에 막히면 달러가 아무리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사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날 기금위는 ‘해외주식에 대한 기업과의 대화 도입 방안’도 심의·의결했다. 기금의 장기 수익 제고를 위한 주주활동 중 하나인 '기업과의 대화'를 해외기업에도 적용하는 내용이다. '기업과의 대화'는 배당정책·기후변화·산업안전 등 기업가치와 밀접한 사안과 관련해 투자 대상 기업과 지속해서 대화하여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에 대해서는 2019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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