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세븐틴으로 82억 벌었는데…잔디관리엔 2억5천 쓴 이곳

10월 이라크전 용인미르스타디움서 개최
손흥민도 "잔디 개선 됐으면" 지적

대한축구협회가 다음 달 15일 열리는 이라크와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4차전 홈경기를 잔디 상태가 좋지 않은 서울월드컵경기장 대신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치르기로 했다. 이 가운데 경기와 콘서트로 올해 82억원을 벌어들인 월드컵경기장이 잔디관리에는 2억5000만원만 투자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시)이 서울시설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공단이 올해 8월 말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관리에 지출한 금액은 총 2억5327만원이다. 구체적으로는 새로 심을 잔디에 1억5346만원, 잔디 보호용 인조 매트 1994만원, 농약 및 비료 5140만원, 잔디 파종을 위한 오버씨딩기 1962만원, 잔디 폐기물처리 용역에 886만원을 지출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축구 경기와 연예인 콘서트 대관, 그에 따른 주차요금으로 올해 1∼8월 올린 수익 총 82억550만원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비중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국가대표 A매치 경기로 9억9426만원, FC서울 경기로 11억3832만원, 콘서트 등 문화행사로 24억3447만원, 일반행사로 36억3846만원을 벌었다. 주요 문화행사 대관 수입은 임영웅 콘서트가 14억3899만원, 세븐틴이 9억7758만원이었다. 9월 21∼22일 열린 아이유 콘서트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아이유 콘서트 대관 수익으로도 최소 10억원 이상은 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대한민국 대 팔레스타인의 경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대한민국 대 팔레스타인의 경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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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올해 연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역대급' 폭염 속에 임영웅·세븐틴·아이유 콘서트까지 겹치면서 잔디 훼손 논란이 일었다. 아이유 콘서트를 전후로 축구 팬은 잔디에 무대를 설치하고 의자를 깔면서 잔디가 훼손됐다고 비판하고, 가수 팬은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가수에게 책임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맞서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월드컵경기장 잔디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내년부터 '그라운드석 판매 제외'를 조건으로 콘서트 등 문화행사 대관을 허용하겠다며 아이유 콘서트 이후 잔디 관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콘서트 등 문화행사 대관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국내외에서 K팝 콘서트 관람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가 있는 데다 현재 서울에 2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공연장이 없는 상황임을 고려해 그라운드석 판매를 제외한 부분 대관만 허용키로 했다.

다만 대한축구협회는 다음 달 15일 이라크전을 서울월드컵경기장 대신 용인미르재단스타디움에서 치르기로 했다. 월드컵경기장 상태를 점검한 결과 잔디를 보수하더라도 생육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다음 달 15일 경기를 치르기에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경기장의 좋지 않은 잔디 상태는 오랫동안 선수들로부터 아쉬움의 대상이 돼 왔다. 특히 지난 5일 팔레스타인과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비긴 뒤 주장 손흥민은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에서 어려움이 있다. 홈에서 할 때 개선됐으면 좋겠다"를 강조했다.


결국 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과 서울시가 잔디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성곤 의원은 "서울시가 아이유 콘서트를 앞두고 그라운드석 판매 제외 등을 발표하며 팬들 입장에선 마치 가수가 잔디 훼손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갈등을 부추겼다"며 "지난해 잼버리 콘서트 강행 등에도 문제가 있었던 만큼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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