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의회가 성 소수자 권리를 억압하는 내용의 법안을 채택한 다음 날 현지 유명 트랜스젠더 모델 여성이 살해되는 일이 벌어졌다.
19일(현지시각) BBC와 가디언 등 외신은 수도 트빌리시의 자택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한 트렌스젠더 여성인 케서리아 아브라미제(37)에 주목했다. 아브라미제는 조지아에서 가장 유명한 성전환 여성이다. 우리나라에서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아이콘으로 통하는 하리수처럼 성전환 사실을 조지아 최초로 공개하고 활동했다.
아브라미제 아파트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 이웃들이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살인 용의자로는 26세 남성이 지목됐다. 이 남성은 아파트에 도착한 지 15분 만에 건물에서 도망치는 모습이 CCTV에 담겼다. 그는 아브라미제와 평소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 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조지아 의회가 성소수자 선전을 금지하는 내용의 ‘가족 가치와 미성년자 보호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킨 다음 날 벌어졌다는 점에 주목하며 “정부가 성소수자 혐오 범죄를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조지아 의회가 지난 17일 통과시킨 이 법은 성소수자를 표현하는 무지개 깃발 사용을 금지하고 영화·도서를 검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결혼이 아닌 결혼의 등록, 동성애 커플의 미성년자 입양, 성전환 수술 등이 금지된다.
일각에서는 조지아의 사회민주주의 정당 '조지아의 꿈'이 다음 달 26일 총선을 앞두고 보수적인 정교회 기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서방은 최근 조지아가 친러시아로 기우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도 성 소수자 인권 운동을 극단주의로 규정해 금지한다.
이 법에 반대했던 살로메 주라비쉬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끔찍한 살인이 증오 범죄와 차별에 대한 긴급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언급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