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0원이라니"…계량기 망가뜨린 꼼수 가구 급증

고의 고장 2023년 29가구→올해 83가구
경찰 고발·같은 동 최고 난방비 부과 등 조처

지난 겨울 한파에 난방비가 급증한 가운데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도록 고의로 계량기를 훼손한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 가스계량기. 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시내 가스계량기. 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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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토교통부가 이연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개월 이상 난방비가 '0원'이었던 아파트는 총 17만 7391가구였다. 이는 해당 가구가 속한 아파트 단지 총 237만 4375세대의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이 가운데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도록 고의로 계량기를 훼손한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계량기를 망가뜨린 '양심 불량 가구'는 ▲2022년 조사에서 17가구 ▲2023년 조사 29가구에서 올해 조사 결과 83가구로 늘었다. 계량기를 고의로 고장 내 난방비를 내지 않은 가구는 경찰에 고발되거나, 같은 아파트 동에서 나온 가장 많은 난방비가 부과되는 등의 조처를 받는다.


난방비 0원 가구 중 실제 난방을 사용하지 않은 곳은 12만 2986가구로 가장 많은 69.3%를 차지했다. 빈집은 3만 1706가구(17.9%), 장기간 집을 비운 곳은 5664가구(3.2%)였다. 난방비가 발생하지 않은 원인을 알 수 없어 '기타'로 분류된 가구도 5414가구(3.1%) 있었다.


계량기 고장으로 비용이 청구되지 않은 가구는 2만1539가구로, 난방비 0원 가구의 12.1%였다. 고의 고장이 아닌 실제로 계량기가 고장 나는 사례는 줄어드는 추세다.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은 가구는 ▲2022년 조사에서 2만 6071가구 ▲2023년 조사에서 2만 7265가구였으나, 1년 새 5726가구(21%)나 줄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난방비 부과 현황 조사가 반복되자, 계량기 점검을 좀 더 철저하게 하면서 고장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은 가구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1만 4242가구)에 가장 많았다. 전체 계량기 고장 가구의 66.1%를 차지한다. 경기 다음으로 서울(2371가구), 인천(1665가구)이 뒤를 이었다. 계량기 고의 훼손의 경우도 전체 82건 중 72건이 경기에서 발생해 가장 많았다.


난방비 0원 아파트 문제는 2014년 이른바 '난방 열사'로 불린 배우 김부선 씨에 의해 화제가 됐고, 이후 국토부는 매년 겨울철 난방비 부과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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