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같은 국적 직장 동료 살해 스리랑카인 징역 12년 확정

말다툼을 하다 폭행을 당했다는 이유로 같은 국적의 직장 동료를 살해한 스리랑카인에게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피고인은 범행 당시 폭행이나 상해의 고의만 있었을 뿐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인정되며, 범행 당시에는 살인에 대한 확정적 고의까지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서울 서초구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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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스리랑카 국적의 A씨(35)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역시 스리랑카 국적의 피해자 B씨(29)와 같은 회사에 근무하며 전암 영암군에 있는 회사 숙소에서 함께 거주했다. 평소 숙소 사용이나 정치, 종교 등 문제로 자주 다투던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2일 저녁 함께 친구의 생일파티에 참석했다가 숙소로 돌아가던 중 다시 다투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B씨로부터 머리를 맞은 A씨는 화가 난 상태로 숙소로 돌아갔다.


자정을 넘긴 시간 A씨는 B씨의 방으로 찾아가 폭행에 대해 항의했는데, 다시 B씨가 A씨를 때리자 화가 난 A씨는 숙소 주방에 있던 흉기를 가져와 B씨를 위협했다. 그런데도 B씨가 왼손으로 흉기를 쥔 A씨의 오른팔을 잡고 오른손으로 A씨의 머리를 계속 때리자 화가 난 A씨는 양손으로 흉기를 잡고 B씨를 찔러 살해했다.

재판에서 A씨는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유죄를 인정,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에 대한 앞선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해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성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하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된다"고 전제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범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 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찌르게 된 과정과 찌른 깊이 등을 살펴볼 때 살인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칼을 잡은 태양과 방향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은 최소한 이 사건 범행의 순간에는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확정적인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A씨는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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