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관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다. 인구 고령화로 고령운전자 비중이 높아지고 교통사고 우려를 둘러싼 논란까지 커지면서 이들의 면허제도 개선 방향이 다뤄질 예정이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오후 국민권익위원회와 함께 교통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공개토론회에 나선다. 고령자 면허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한 교통정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고령자 운전면허 관리제도의 해외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살펴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보다 고령운전자수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고령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4.6%, 같은 기간 고령운전면허소지자수는 10.2% 늘었다. 현 추세면 2040년이면 고령인구 1724만명 중 면허소지자는 1316만명(76.3%)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에 관리 방안이 허술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면허 갱신 주기를 3년으로 하고 면허 갱신 시 인지능력 검사와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없다. 지방자치단체들까지 나서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고령자들에게 많게는 30만원까지 지원금을 주지만 반납률은 매년 2% 안팎에 그친다.
이에 이번 토론에서는 고위험자 면허제도 개선, 안전시설 개선·강화, 음주운전 및 교통사고 예방 강화 등의 세부안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토론회에 앞서 사전 공개된 자료집에서 "현행 운전면허 반납 제도는 연령 기준이 획일적으로, 이미 운전하지 않는 고령자가 '장롱 면허증'을 반납하는 등 반납률은 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 예방 차원에서 신체·정신적 능력 저하로 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은 고령자를 우선으로 해 반납 효과는 키우고 부작용은 낮춰야 한다"며 "총 반납 건수나 비율보다는 75세 이상 혹은 85세 이상 반납 비율에 가중치를 두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촌보다는 도시 거주 고령자의 운전면허 반납에 가중치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유형별로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할 때 똑같이 인센티브 10만원을 지급하는 안보다는 75세 이상은 반납 시 15만원을 주고 65∼74세는 5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 비용 대비 편익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검토할 만한 정책으로 조건부 면허제도와 보행자 안전시설 강화를 꼽았다. 조건부 발급 대상은 신체적 장애·정신적 질환 등으로 인한 적성검사 탈락자, 운전 능력이 현저히 저하됐다고 느끼는 운전자 또는 제3자의 요청에 따른 발급 신청자 등이다. 다만 '권익 침해' 논란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이에 첨단운전자지원장치(ADAS) 등 첨단기술을 도입해 고령 운전자 사고를 예방하고, 입체 도류화 시설(턱 설치) 등 교통 시설을 개선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고령층을 포함한 보행자 안전 강화를 위한 '횡단보도 보행섬', 보행자 작동 횡단보도 신호기, 국도·지방도에 보도 설치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는 유상용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김원신 손해보험협회 공익업무부장과 국토교통부, 경찰청 관계자도 참여한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고령화 시대를 맞아 교통정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시사점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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