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정밀타격'‥현금 3.1조 어디로 갔나

고려아연 재무건전성 위기에 초점
최윤범 회장 독단적 투자의사결정에 문제제기
공개매수 실패없다 자신감…기관투자자 분석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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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영풍 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 위기를 초래한 독단적 투자의사결정 과정 등 최윤범 회장과 관련한 의혹을 '정밀타격'했다. MBK 측은 최대주주 측 지분 33.1%를 이미 확보한 상태에서 추가로 7% 이상을 공개매수 중이라는 점에서 실패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기타주주의 약 98%가 기관투자가라는 점과 이들의 평균 취득 단가가 45만원대라는 점 등 객관적 지표를 이용해 수익실현을 설득하는 데 초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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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현금 3.1조원 어디로 사라졌나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의 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어 재무건전성이 우려된다"며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손실도 늘어나는 가운데 약 12조원가량의 신사업 투자금을 모두 차입에 의존하게 되면 부채 부담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MBK는 고려아연 재무건전성 우려에 대한 근거를 조목조목 짚었다. 김 부회장은 "매년 8000억가량 현금을 벌어들이는 회사인데 그걸 빼고서도 2019년 원래 갖고 있던 순현금 2.5조원에 부동산 자금과 자기주식 일부 처분한 1.3조원을 더하면 3.8조원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 7000억원이 남았는데 3.1조원이 어디로 (투자돼) 갔는데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쉬운 말로 현금을 물 쓰듯 한 것"이라며 "예정된 투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올해 말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순부채 포지션으로 바뀌게 된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의 부채 규모는 최 회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2019년 4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4110억원으로 35배나 증가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부채 규모가 연 300억원에서 500억원대임을 감안하면 매우 큰 폭의 증가세다. 최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2022년부터의 부채 규모 증가율이 눈에 띈다. 2021년 대비 2022년 고려아연 부채 규모는 135% 증가하며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9260억원 대비 올해 상반기 부채 규모는 52% 증가했다.


고려아연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은 2019년 12%였으나 2023년 6.8%로 5.2%포인트나 감소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이 12.8%였는데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은 10%로 떨어졌다. 악화한 고려아연 재무건전성으로 고려아연 순현금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올해 말에는 순부채 상황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고려아연의 순현금 규모는 2조5000억원이었으나 올해 말에는 마이너스 440억원의 순부채로 전환될 예정이다. 순현금이란 총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기관예치금, 단기투자자산에서 사용이 제한된 현금과 차입금을 차감한 금액을 의미한다. MBK는 "고려아연과 같이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한 산업군에 속한 기업이 대규모 순현금 상태에서 불과 몇 년 만에 순부채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는 점은 시장이 우려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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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주가조작 연루된 신생 PEF에 5600억 투자, 최 회장과 PEF 대표는 중학교 동창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배경 중 하나로 무분별한 투자를 지목했다. 최 회장 주도로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았거나 본업과 무관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여기에 제동을 걸 이사회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의 중대한 의사결정이 사실상 최 회장 뜻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예로 완전자본잠식 기업을 매출액의 200배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투자한 이그니오,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로 대표가 기소된 사모펀드(PEF) 원아시아파트너스, 여행상품 플랫폼 기업 타이드스퀘어 등을 꼽았다.


김 부회장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모 대표가 최 회장과 중학교 동창이라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고 전하며 최 회장과 원아시아파트너스 간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2019년 최 회장 취임 이후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설립됐고, 주가조작에 활용된 원아시아의 하바나1호펀드는 고려아연이 99%를 출자했다는 것이다.


그는 "고려아연 모든 임직원이 받아가는 한 해 인건비가 3800억원인데 (원아시아파트너스에) 5600억원을 투자하면서 이사회 승인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며 "최 회장 개인 전결로 처리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2023년 2월14일 원아시아파트너스의 SM엔터 주식 취득 관련 펀딩에 대한 고려아연 내부보고가 이뤄졌는데, 겨우 하루가 지난 2월15일 하바나1호 펀드에 1017억원이라는 거금이 사실상 단독출자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김 부회장은 "2.2% 지분을 가진 분(최 회장)이 자신을 오너라고 생각하고 여기 재산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맞지 않는다"면서 "공개매수 이후 이사회에 들어가 의혹들을 살펴보고 난 뒤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임직원들은 세계적인 1등 기업이 되는 데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였고 또 엄청난 노하우를 가진 분들"이라며 "다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구조조정도 없고 고용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공시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이래 고려아연의 38개 투자 건 중 30개의 기업이 2021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누적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누적 당기순손실 금액만 5297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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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 대항공개매수 사실상 '불가능' 판단…기관투자가' 비율·평균 취득단가 등 계산·분석 끝나

공개매수와 관련해서도 MBK 측은 이미 계산을 끝내고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객관적인 설득에 무게를 뒀다. 고려아연 지분구조를 보면 영풍그룹 및 장씨 일가 33.1%, 최윤범 회장 및 직계가족 2.2%, 범 최씨 일가 13.4%, 고려아연 자사주 2.4%, 기타주주 48.8%로 구성된다. 기타주주 중에서 97.7%가 기관투자가 및 기타법인으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 전략적 제휴 지분인 한화그룹(7.8%), 현대차(5.0%), LG화학(1.9%), 티리피구라(1.5%)를 제외하면 31.8% 정도다. 여기에 국민연금(7.8%) 개인주주(내국인 2.2%·외국인 0.1%) 등이 있다. 김 부회장은 "전략적 제휴로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지분들은 35% 정도가 되고 이 중에서 최소 7%를 공개매수하는 것이고 충분히 가능한 물량"이라며 "개인투자자가 거의 없고 97.7%가 장기투자하는 기관들이며 저희가 파악하기로 기관들의 평균 취득 단가가 45만원 이하다. 저희가 제시한 66만원에서 절반이나 4분의 1 정도를 수익실현을 하고 재투자를 하시면 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대항공개매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론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김 부회장은 "SM엔터 사건에서 보면 공개매수에 참전했다가 다들 고소당하고 재판받고 있다"며 "사업상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공개매수에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항 공개매수를 하려면 우리 보다 가격과 물량이 앞서야 한다. 우리가 최대 2조원 규모를 하고 있는데 확률 게임"이라며 "저희가 하는 15.9%보다 물량이 많아야 하고 가격도 66만원보다 더 높아야 한다. 조원 단위 자금이 들어가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주가를 보면 50만원에서 횡보하는데 재무건전성을 보셨듯이 (공개매수가 끝나면) 주가는 원상복귀할 텐데, (대항 공개매수로 인한) 수천억 원대 손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또 그런 공개매수를 지지해줄 이사회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우리가 하는 공개매수는 지분이 0%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주주가 추가로 지분을 7% 확보를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대항공개매수를 해서 최대주주의 지분을 넘어가는 지분 확보하겠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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