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최근 수도권 집값의 과도한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큰 우려를 보였다.
한은이 10일 오후 공개한 8월 금통위 의사록(8월22일 개최)에 따르면 다수의 금통위원이 물가는 최근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를 크게 우려했다. 가계부채가 너무 빠르게 증가해 금융안정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한 금통위원은 "중앙은행이 주택가격 상승에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중기적 시계의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에 영향을 주는 측면 때문"이라며 "이 외에도 주택가격 대비 노동소득의 가치를 하락시키면서 세대 간, 근로소득자-비근로소득자 간 자산불평등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위원은 특히 "청년층은 주택가격이 상승할 경우 원리금 부담 및 주거비 상승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저출생 대응 등 우리나라에 시급한 구조개혁이 지연될 수 있다"고 첨언했다.
이는 "경제구조의 변화를 통해 통화정책 운영 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통화정책 수행 시 주택시장을 비중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이 과열 조짐을 나타내고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면서 소득 등 펀더멘털과 괴리되는 정도가 커지고 있다"며 "주택가격이나 가계부채가 펀더멘털과 괴리될 경우 향후 조정과정에서 금융과 경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고 소비와 성장을 구조적으로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확장세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적절한 정책조합(policy mix)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금통위원들 중 총 4명이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을 밝혔다. 그만큼 향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필요성에는 금통위원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금융 불안정을 우려하고 있었다.
한 위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이후 급등한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들고 환율 등 대외 부문도 대체로 진정됐지만 소비 등 내수 회복세는 더딘 점을 고려하면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할 여건이 조성돼 가고 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완화된 금융 여건이 부동산 시장의 취약성과 맞물려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면서 금융 안정, 중장기적 성장, 구조 개혁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위험은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다른 위원도 "안정적 물가 상승률, 더딘 내수 회복, 일부 취약 부문의 높은 연체율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환경이 무르익었다"면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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