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올해 초부터 시작해 9월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그의 딸 임주현 사장이 그룹의 통합을 발표한 뒤, 송 회장의 두 아들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경영권을 두고 대립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1월에 불거진 이 분쟁은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1차전과 2차전에서 연이어 역전극이 펼쳐졌으나, 3차전에서는 형제 측의 실패로 마무리됐다.
1차전은 올해 3월 말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시작됐다. 송 회장과 딸 임주현 사장이 그룹 통합을 추진하며 경영권을 장악하려 했으나, 두 아들 임종윤, 임종훈 형제는 이에 반발하며 지분 싸움을 벌였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형제가 소액주주들과 주요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지를 얻어 예상을 뒤집고 승리했다.
형제는 이 승리를 바탕으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며 경영권을 확보했고, 어머니 송 회장을 한미사이언스 회장에서 해임시켰다. 동생 임종훈은 한미사이언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그룹의 실질적 경영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7월 초에 상황이 다시 변화했다. 신동국 회장이 갑자기 모녀 측으로 입장을 바꿨고, 이와 함께 3자 연합이 결성됐다. 신 회장은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며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로 인해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을 놓고 새로운 국면이 전개됐다.
당시 3자 연합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며, 형제 측의 경영권을 제한하려 했다. 그러나 형제는 이에 반발하며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인 한미약품의 박재현 대표이사를 강등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가족 내에서의 친위 쿠데타로 볼 수 있었으나, 한미약품은 이 시도를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무시했다. 결국, 2차전은 3자 연합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8월 말에 3차전이 벌어졌다. 형제 측은 한미약품의 대표이사를 동생 임종훈에서 형 임종윤으로 교체하려 했으나,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이 안건이 부결됐다. 3자 연합이 이사회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형제 측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이번 3차전은 형제 측이 무리수를 둔 결과로 평가된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 조정을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했지만, 형제 측은 이사회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3자 연합은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개최 허가 신청을 낼 계획이며, 법원의 심리와 결정까지는 최소 한두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은 단순한 가족 갈등을 넘어 그룹 전체의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쟁이 길어지면서 연구개발 인력의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으며,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해졌다. 한미약품은 올해 2분기 실적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가족 분쟁으로 인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 분쟁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분쟁이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3자 연합이 임시주총을 개최하려면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데, 법원의 결정까지 몇 달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 경영권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에 따라 회사의 향후 실적과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족 간 분쟁이 그룹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빠른 화합과 해결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